여덟 살 나는 호기심이 강한 아이였다. 내 주변엔 여자보단 남자들이 많았다.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안집에 3형제가 있었다. 큰형은 나보다 4살 많았고, 둘째는 나와 동갑, 막내는 나보다 1살 어렸다. 난 동갑 친구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소위 남자들이 말하는 거시기 친구였다. 그 친구 이름은 배성이다. 배성이와 산도 타고 칼싸움도 하며 놀았다. 딱지치기도 하고 구슬치기도 했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나와 배성이는 깐부였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 딱지는 다 우리 차지였다.
어느 날 배성이와 그의 동생이 오줌을 누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집 뒤뜰에 두 아이가 나란히 서서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서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시원하게 쏘아지는 오줌 줄기가 땅바닥에 깔린 나뭇잎 위로 투두둑 떨어졌다. 태어나 처음 본 남자의 소변보는 모습이었다. 나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데 재들은 왜 서서 소변을 보는 걸까, 처음으로 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서서 오줌을 누면 편할 것 같았다. 바지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오줌을 누느라 다리도 아프고 다시 일어나 바지를 들어 올려 입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나도 서서 오줌을 눌 수 있을까? 하는 호기로운 의문이 들었다. 나도 서서 오줌을 시원하게 앞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학교에 다녀와서 집안을 둘러보았다. 마침 집안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뒤뜰로 가서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핀 후 거사를 치르기 위해 조심스럽게 바지를 내리고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었다. 허리가 조금 아팠지만, 꽤 해볼 만했다. 오줌을 나름 시원하게 누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멋진 포물선 오줌 줄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줌이 그대로 다리 사이로 흘러 아래로 떨어졌고 무릎에 걸쳐있던 바지를 적시고 말았다. 당황한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뒤처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큰오빠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 다가와선
“무슨 일이야, 너 왜 바지에 오줌을 눴어?”
하고 물으며 내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바지를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왜 그랬어?”
오빠가 물었다.
“그냥…….”
“그냥? 왜? 빨리 말해, 안 그러면 엄마한테 말씀드릴 거야.”
엄마한테 말한다고 해서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배성이처럼 서서 오줌을 누고 싶어서, 그래서 서서 오줌을 눈 거야.”
고개를 푹 숙인 날 오빠는 한참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너, 정말, 그게 될 거로 생각한 거야?”
라고 말하곤 또 큰소리로 웃었다.
“왜 배성이는 되고 난 안 되는데?”
오빠를 째려보고 있는 날 조용히 쳐다보던 오빠는
“넌 여자고 배성인 남자잖아, 서로 생김새가 달라 그런 거야.”
라고 웃으며 알려줬다. 처음으로 남자와 여자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그날 황당한 오줌 사건은 큰오빠와 나의 추억의 책장이 되어 가끔 소환되어 어린 시절 우리를 만나게 하는 다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