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엉을 지나 길은 위미로 향한다.
올레 5코스는 대표적인 바당길이다. 제주시 바다와 다른 서귀포 바다만의 매력으로 뭉쳐 있다.
물빛부터 소리, 바람 그리고 냄새까지 서귀포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것들.
아직 말로 표현, 아니 글로 표현 못하는 것들이 나를 흥분시킨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숲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은 습하지만 그 습함마저 향기로운 길 위에서 나는 제주를 훔치고 있다.
제주는 나 같은 도둑에게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내준다.
나는 장발장이고 제주는 한없이 너그러운 신부님이다.
귤 익는 마을을 지나고 있다. 귤 향기에 막혔던 코가 뚫리는 것 같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만 같은 카페에는 벌써 귀여운 강아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낯선 나그네를 바라본다. 그저 바라볼 뿐 인사말도 없다.
오히려 사람이 반가운 듯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 견공을 나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괴괴함에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이런 올레가 좋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