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안(過安)의 순간에서 자유를 발견한다
정원 한켠,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바람이 잎을 스치고, 흙먼지가 일었다.
따뜻한 햇살과 나뭇잎, 들이켰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죽음은 단순했다. 숨이 멈추면 ‘사’, 매장을 마치면 ‘망’.
그 이후의 존재는 없었다.
심장이 멈추어도 뇌세포는 여전히 깨어 있는 듯, 살아 있음의 마지막 흔적,
그것뿐이었다.
기억 속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들판을 뛰고 물장난하던 시간, 부모님의 손길과 웃음소리.
인간은 기억과 경험으로 존재를 확인한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살아갈 뿐,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것뿐.”
의미의 가감은 헛된 욕심이었다.
흔들리는 나뭇잎, 계절의 변화, 우리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의 흔적은 희미해지고, 자연은 다시 회복한다.
욕망은 작은 흔적을 남길 뿐이었다.
첫사랑, 상상 속의 따스한 날들.
그녀와 웃던 기억, 손끝의 온기와 말하지 못한 감정들.
그 순간만큼은 삶이 분명 의미 있었다.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들이,
고민과 발버둥이 얼마나 사소한지를 알려주듯,
삶의 기억들 , 그 상상 속에서만 생각이 현실과 부합되었다.
하늘, 저물어가는 주황빛 햇살은 어느덧 나를 닮아감에,
오늘의 발걸음에 고마움을 표한다.
삶의 철학적 고민은, 마음의 평온과 현실에 충실하기 위한 도구였다.
사람들의 바쁜 일상은 또 다른 구경거리가 되었다.
인간은 발버둥 치지만, 고요만이 앞을 볼 수 있고,
그 흐름 속에서 사실적 현실을 깨닭는다.
단풍이 물든다. 눈을 감고, 날숨에 고요를 느껴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삶과 죽음, 기억과 경험이 흐르는 그 순간에만
평온이라는 자유가 깃든다는 것을.
그 순간, 더는 해답을 찾지 않았다.
흐름의 세월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모든 깨달음의 전부였다.
그리고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켰다.
바람과 햇살과 기억 속에서,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을 준비한다.
삶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존재하고, 경험하며, 마음속 고요를 느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