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걸어가다

인생

by 송달

거름 지고 시장에 간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걸음에 휩쓸려 따라가는 삶이라는 뜻.

돌아보면 우리는 늘 그렇게 기웃거리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에서는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고,

뒤에서는 알 수 없는 망설임을 바라보며,

나름 인생이란 말을 하면서 온 것 같다.


나의 색깔을 말해 본 기억은 없다.

보편성에 기대어 앞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길을 걸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여기가 궁금해질 무렵에는 많은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다.


동쪽에서 재물을 벌어다가 서쪽에다가 퍼주었다.

의로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 살아온 세월도 있었지만,

이제 재물이 약해지니 의리도 바닥을 드러낸다.


잠시나마 신선이 되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감정을 소모하는 것들이 우리 시선을 흐리게 하니,

새로운 즐거움이 생겨야만 앞서가던 감정을 멈출 수 있다.


기웃거림의 보편적 삶이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해본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태어날 때 꽉 쥐고 나온 그 손을, 아직도 편히 펴지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잡으려 평생 허우적거리다

숨이 멈추어야

다섯 손가락이 펴질 것 같다.


젊을 땐 예쁨을 위해 얼굴에 손을 올렸지만,

이젠 떨구어진 고개를 받치고,

때로는 눈시울을 가리기 위해

손이 얼굴과 맞닿는다.


하늘은 녹(祿) 없는 사람은 태어나게 하지 않고,

땅은 쓸모없는 풀을 자라게 하지 않는다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기 위해 지금 여기 있는 건가.


오늘 그 명(命)을 다한다 해도 서럽다 할 사람 없다.

막상 그 길을 갈 때는 왜 모두가 그렇게 바쁜 걸음일까.

저승길 뭐가 급하여 신발을 들고 바쁘게 가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남은 자의 슬픈 울음소리에 걸음이 늦어질까 그런가 보다.


울며 왔으니 웃으며 가야지 이치가 공평한 것 아닌가.

희로애락 또한 하늘이 내려준 귀한 선물인데,

그날이 올 때까지 그 복을 다 누리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사진: Unsplash의 Ruan Richard Rodri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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