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윤선 May 08. 2017

물 따라 강 따라, 춘천여행

 

                                                                                          

오월은 봄과 여름 사이를 오가고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더욱 붙잡고 싶은 계절이다. 두 계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어느 날, 강 따라 물 따라 춘천으로 달려갔다. 경춘 전철과 ITX 청춘열차가 운행하면서 춘천여행이 한결 가벼워 졌다. 가벼워 진건 전철뿐만이 아니다. 춘천에 장애인 콜택시가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동도 편리해 졌고 춘천역에서 소양호 까지 저상버스도 수시로 운행해 여행이 한결 부드러워 졌다. 

  

춘천하면 소양호수와 댐을 빼놀 수 없다. 소양 땜은 천구백 육십 년대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해 사회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여건으로 댐 건설이 시작됐다. 댐이 만들어지면서 인근에 수많은 마을이 물속에 잠겼고 일대는 호수가 생겨났다. 구불구불, 구불 길을 따라 댐 정상에 올라서니 바다 같은 소양호가 잔잔하게 버티고 있다. 댐에 담긴 물의 양이 워낙 많고 웅장해서 왠지 위압감이 든다. 그리고 “소양강 처녀” 노래가 옹알이처럼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 국민가요처럼 불리는 소양강 처녀도 댐 정상에서 소양호를 지긋이 내려다본다. 그녀는 물속에 잠긴 마을을 응시하며 그리운 사람을 한 없이 기다리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소양강 처녀는 나이가 들었겠지만 그녀를 상징하는 동상은 열여덟 딸기 같은 소녀모습 그대로이다. 소양댐은 수도권 인구 2천만 명을 1년 동안 먹을 물을 담고 있다. 댐에 담긴 물을 볼 때마다 저 많은 물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경이롭다. 소양강 댐 정상에서 팔각정 전망대 까지는 왕복 2키로 넘는 걷기 좋은 길이다. 이길 곳곳은 댐 안 밖의 풍경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걸으면서 댐 주변과 풍경을 천천히 관찰 할 수 있고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초입 엔 소양댐 건설하며 목숨을 잃은 서른일곱명의 순직자 유령비도 만난다. 순직자들의 흘린 땀을 기억하고 있는 위령비는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위령비를 뒤로하고 팔각정에 올라가 소양댐 풍경을 찬찬히 스캔한다. 막힘없이 탁 트인 호수는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잔잔히 일렁인다. 흐린 하늘 끝은 호수와 맞닿아 있고 비 갠 오후의 시간은 과거로 안내한다. 십여 년 전, 여름 장마가 한창일 때 여객선은 청평사 입구에 한무리의 여행객을 내려놓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비개인 오후라 그런지 청평사 계곡물은 폭포처럼 쏟아졌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결은 소양호로 빠르게 달려가고 풍경은 달력에서 빠져 나와 청평사 계곡으로 이사 온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소양호를 찾을 때마다 비를 동반한 것 같다. 기억조차 희미한 어느 해 늦 가을. 그때도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기억을 거슬러 보면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양구로 향한 여행이었다. 도시의 시간은 가을의 중간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소양호 계절은 겨울로 빠르게 달려 고 있었다. 강원 내륙의 가을은 스산했고 소양호는 쓸쓸했다.  양구선착장에서 내릴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도시와 다르게 양구 읍내엔 몇몇 가게에서만 불빛이 세어 나오고 찬바람만이 거리를 종종 거렸다. 그때의 가을은 영화 만추와 닮았다. 영화에서 가을은 두 남녀의 거부 할 수 없는 현실과 빈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훈(현빈)은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한량으로 살아간다. 애나(탕웨이)는 전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 한다. 살인자가 가야 할 곳은 교도소뿐이었다. 수감생활 하던 중 부모님의 사망소식을 듣고 3일간 휴가를 받아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훈을 만났다. 훈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이름도 몰랐던 애나와 훈,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오고 애나도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온다. 애나처럼 소양호수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비갠 오후라서 그런지 초록으로 만개한 소양호는 그때의 늦가을 풍경처럼 스산해보였다.     


팔각정을 내려와 물 문화관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물문화관은 휴게실과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문화관엔 그리운 우체통이 그리움 마음을 실어 나른다. 물에 관한 전시도 볼 수 있지만 워터 갤러리가 있는 전망대 지하 1층 야외 데크에서 소양강 처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더 좋다. 소녀가 앉아있는 벤치에 수즙어 하는 소녀와 나란이 포즈를 취해본다. 소양강 처녀는 언제 까지 처녀일까. 박제된 처녀의 나이는 열여덟 살 딸기 같은 봄의 감수성을 상기시킨다. 나도 그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얼마나 눈부시고 풋풋한 아름다움인지 잘 몰랐다. 세월이 흐르니 열여덟 시절의 싱그러움은 유월처럼 익어 숙성되어 간다. 문화관을 나와 선착장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청평사로 가는 배편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의 접근을 막고 있다. 손상이 없을 때 나와 손상이 있는 후 나의 본질은 변함없는데 그 때처럼 유람선을 승선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언제쯤 유람선을 이용해서 청평사에서의 추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뱃길 대신 육로가 가는 청평사를 다시 찾아야 겠다.         

•가는 길

용산역에서 itx 열차 이용.  상봉역에서 경춘전철 이용.

춘천역에서 150번 저상버스 승차 소양댐까지 이동

그것도 귀찮다 싶으면 춘천 장애인콜택시 이용.

즉시 콜 033-255-8259, 이용 30분전예약. 요금은 일반택시 요금에 40% 


•먹거리

소양댐 아래 웃 샘밭 종점 앞에 있는 

왕촌 춘천 닭갈비 1인분에 1만 2천원

전화 033-242-6878    


•장애인화장실

소양댐 주차장과 장애인 화장실     



•문의 

#장애인여행 #장애인여행가 #전윤선_장애인여행가


#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빗를 머금은 구름은 소양호에 내려 앉는다.

    

초록이 우거진 호수에 안개비가 내린다.
바람이 초록을 만든다
수도권의 젖 줄
소양호는 모두가 편리한 베리어 프리 여행지
처녀의 나이는 박제됐다.
담수비
봄 꽃이 어여쁘다
소향호 아래 윗샘 밭 왕촌 숯불 닭갈비
왕촌 닯갈비
주차장 쪽 장애인 화장실


매거진의 이전글 봄 꽃 궁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