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열린관광지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이에요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의 가삿말이다. 선운사 가사말처럼 선운사는 아주 오래전에 가봤던 곳이다. 당시만해도 선운사 편의시설은 미비해 관광 약자에게는 불편한 여행지이었다. 그러던 선운사가 2016년 선운산 도립공원이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서 물리적 접근성과 정보의 접근이 한결 매끄러워졌다. 곳곳에 데크로가 깔리고 무장애 산책로와 나눔길로 연결된 코스는 휠체어 이용 관광약자도 제악없이 산책이 가능해졌다.
선운산 도립공원에 들어서면 천연기념물 “고창삼인리송악”이 계곡 저편에 엄청난 규모로 절벽을 뒤덮고 있다.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이자만 크기가 엄청나 거대한 나무 같다. 송악은 남부지방이나 섬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이라고 하지만 어쩌다 고창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을까. 사람들은 계곡물 위 징검다리를 건너 송악으로 다가가 거대한 덩굴도 보고 사진도 찍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어 송악을 뒤로하고 생태숲으로 발길을 돌린다.
생태숲은 못위에 데크를 놓아 누구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다. 생태숲을 천천히 둘러보며 이팝나무 꽃이 가득한 산책길로 나간다. 이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동백 숲이 나타난다. 파란 새싹이 파릇파릇한 잔디에 붉은 동백꽃 송이가 여기저기 툭툭 떨어져 나뒹군다. 봄이 한창이지만 선운산의 꽃샘 추위는 철없이 나댄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동백꽃은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꽃샘추위 같다. 선운사는 꽃무룻로도 유명하지만 봄이면 동백꽃도 아름답다. 도솔산 기슭에 폭 안겨있는 선운사는 봄도 늦되다. 동백꽃 필무렵지나 이젠 동백꽃 질 무렵으로 파란 새싹 위에 툭 떨어진 붉은 동백은 철딱서니 없는 봄을 야단치는 것 같다. 동백꽃을 뒤로하고 일주문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일주문에서 선운사로 들어가는 표를 사서 들어가야 한다. 장애인은 무료 입장이다. 일주문을 지나 호젓한 산책길로 조금 걷다보면 도솔천을 따라 무장애 자연 탐방로와 무장애 나눔 길이 나온다. 무장애 자연 탐방로는 데크로로 만들어져서 걷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다. 무장애 탐방로에는 연둣 빛 봄이 초록으로 짙어져 가고 있다. 탐방로 곳곳은 일체형 테이블과 잠시 휴식할 수 있는 벤치도 마련돼 있어 자연 속에서 휴식의 시간을 가지면 좋은 코스다. 한참을 봄 풍경과 마주하고 있자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래전 선운사에 온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접근성이 형편없어 선운사의 아름다움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며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주변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 다시 무장애 탐방로를 천처히 걷다보니 무장애 나눔 길과 연결돼 있다.
무장애 나눔 길은 선운사 녹차 밭이 펼쳐져 눈호강 하는 코스다. 녹차밭 길을 따라 걸으며 선운사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녹차 밭길과 무장애 나눔 길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묶여 있던 자유를 풀어준다. 잘생긴 데크로를 따라 초록으로 변해가는 풍경에 발걸음은 저절로 가벼워 지고 차밭 길 끝에는 카페 모크샤가 있다. 카페 모크샤는 범어, 해탈, 치유를 의미한다. 모크샤는 진입로가 계단이라 휠체어 이용자는 카페 안으로 진입이 제한적이지만 야외 테이블에 봄 햇살을 가득 들여놓고 은은한 커피 향기에 마음도 차분해진다. 선운사를 지척에다 둔 카페 모크샤는 복도 많은 곳이다. 특별한 뮤직이 없어도 선운사에서 들려오는 산사 음악이 모크샤에 울려퍼지고 병풍처럼 둘러친 도솔산 자락은 산수화처럼 버티고 있어 해탈의 길이 손에 잡힐 듯 하다. 해탈이 별거던가.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면 난잡한 잡생각이 바람결에 흩어져 버린다. 다 비워진 마음엔 바삭바삭한 햇살을 한가득 채워 넣고 선운사로 발길을 이어갔다.
선운사로 가려면 극락교를 건너야 한다. 극락교를 건너는 모든 사람은 극락정토 행복의 세계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다리다. 극락교를 건너면 왼쪽으로는 녹차밭 무장애 산책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은 선운사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오솔길은 흙길위에 야자메트를 깔아 놨지만 흙을 평평하게 다지지 않아 울퉁불퉁해 휠체어 사용자는 걷기 불편하다. 왼쪽 녹차밭 길은 평탄하게 무장애 나눔길과 연결돼 있고 도솔천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길 따라 한참을 산책하다 다시 선운사 쪽으로 향했다.
선운사는 도솔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있는 사찰이다.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 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참배와 관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열린관광지 이기도 하다. 특히 벚꽃잎이 날리는 봄에도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는 선운사 동백꽃의 곱고 우아한 자태는 누구라도 시인이 될 것 같은 시상이 떠오르고 여행객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선운사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은 보물로 지정돼 있어 선운사에서 아끼고 가꾸는 곳이다. 대웅전으로 접근 하려면 경내와 대웅전 사이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관광 약자도 안전하게 대웅전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대웅전 안으로는 턱이 있어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화제라도 접근성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지만 인식의 부재로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 앞에 서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비를 피해 선운사 경내로 내려갔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접근할 수 없어 화장실 앞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선운사의 풍경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만 화장실 서 비를 피하는 난, 괜스레 화가 난다. 경내 있는 기념품 매장이나 전통찻집에 접근할 수 있으면 비 오는 풍경을 보면서 산사 풍경을 더욱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으려면 아직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선운사에서 >
꽃비 내리는 날
선운사 해탈의 문을 들어서니
비로서 자유가 거기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시간들이
모퉁이를 돌아
모크샤 카페에서 멈춘다
로스팅한 커피향이
산사에 낮게 흩어질 때
떨어진 동백이 이별을 준비한다
-가는 길
전북교통약자광역이동지원센터
사전 등록 후 예약과 즉시콜 이용
전주역에서 이용하면 편하다
전화 063-227-0002
-접근가능한 식당
주차장 앞 다수
-접근가능한 화장실
선운사 국립공원 곳곳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