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By 전윤선 -2026년 1월 21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떠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여행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눈보라 치는 설산은 매섭고 얼어붙은 길은 혹독해 바퀴는 자꾸 미끄러져 굴러가질 않는다. 이 산이 나를 품어줄지 밀어낼지는 아직 모르겠다. 거친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고요함이 내 안의 빈 마음을 가득 채운다.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그 길 끝에서 만난 겨울의 격정과 불안은 결국 욕심 때문이었다. 이 여행으로 나는 자유로워졌다. 소박하고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조용한 은둔의 땅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절된 여행지로 발길을 이어갔다. 김포는 ‘무장애 여행지’가 많아 장애인 등 관광 취약계층이 자주 찾는다. 북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김포 애기봉은 ‘다크 투어’가 가능한 무장애 여행지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지역 내에 있어 북한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평화가 가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주변 자연경관이 근사하게 어우러져 먹먹한 과거와 풍요로운 자연을 품고 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희망과 행복, 그리고 평화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먼저 평화생태전시관부터 둘러보았다.
평화생태전시관은 평화와 생태, 미래를 테마로 한 공간으로 조강 지역의 생태와 김포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은 다가올 평화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한다. 1층 전시관은 평화를 주제로 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한강 하구의 역사와 문화, 생태적 가치를 담고 있다. 휠체어 좌석도 잘 마련되어 있어 관람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음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2층 VR 체험관이다. 이곳은 KTX 열차를 테마로 꾸며진 공간이다. 열차에 탑승해 개성으로 떠나는 가상현실 기차 여행이 콘셉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려 황성 유적 만월대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내부의 접근성도 괜찮다. 층간 이동도 선택할 수 있다. 건물 내부 중앙에 2층으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올라갈 때는 승강기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경사로를 이용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물론 곳곳의 접근성이 양호하다.
전시관을 나와 생태탐방로로 향했다. 전시관과 전망대를 잇는 탐방로는 조강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한다. 주제 정원, 흔들다리, 스카이포레스트가든 등 평화와 자유, 여유를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 주제 정원은 다섯 가지 테마(무한대 정원, 스텝 가든, 컬러풀 가든, 선큰 가든, 워터 가든)로 구성된 쉼터로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정원 여행을 할 수 있으나 정원 명칭이 외래어로 되어 있는 점이 아쉽다.
가장 핵심적인 정원은 ‘스카이포레스트가든’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한 지그재그 형태의 완만한 데크 길이 애기봉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데크 길을 오르다 보면 철조망 너머로 조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데크 길의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타고 오르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길을 꺾어 돌 때마다 멀리 조강 건너로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데크 길 중간에 흔들다리가 있지만, 시작점과 끝부분이 계단이라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데크 길 끝에는 야외 공연장이 있다. 최신 음향·조명·촬영 장비를 갖춘 이곳은 휠체어 여행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공연장 위쪽은 ‘평화의 종’이 있는 광장이다. 평화의 종은 한국전쟁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와 성탄 트리 철탑 등을 녹여 제작되었다. UN 영문자를 형상화한 9미터 크기의 범종이 울려 퍼지면 조강 건너 북한 땅까지 그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발길을 돌려 조강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북한 개풍군이 불과 1.4km 앞에 펼쳐진다. 개풍군의 전경과 조강 일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북한을 마주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리를 놓으면 금세 건널 수 있는 거리지만, 분단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언제쯤 물리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가 하나 되어 단절된 한반도의 땅이 역사와 문화,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북한 주민들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 애기봉 전망대의 망원경은 높이가 다양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여행객이나 키 작은 어린이도 볼 수 있도록 낮은 높이의 망원경이 설치된 것이다.
망원경 속 북한 마을 풍경은 너무나 가까워, 소리치면 건너편 주민들이 대답해 줄 것만 같다. 전망대 옥상에는 최북단 ‘스타벅스’도 있다. 북한과 워낙 가까워 짚라인만 설치하면 커피 배달도 가능한 거리라고 한다. 휴대폰 전파가 강 건너 마을까지 닿는다고 하니, “커피 시키신 분!” 하며 배달하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두고 떠난 뒤 남겨진 마음의 무게일 것이다. 이 이상의 고통은 없을 듯하다.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의 슬픔이 마음을 짓누른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곳, 그 사이를 흐르는 조강. 함께 가는 길은 아득하고 캄캄하지만, 간절한 염원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고정관념을 깨고 공존의 가치를 지향하는 애기봉의 고요함이 아름답다. 그 길에서 곧 만남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샏각해 본다. 그리고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소망 하나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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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김포 골드라인 양촌역 하차 후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즉시콜) 이용 (전화: 1666-0420)
접근 가능한 화장실: 애기봉 평화생태전시관, 조강 전망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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