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Dec 12. 2021

엄마 생각

묵은지 말이 밥


​​​​​





다원이랑 함께 잠자리에 누워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엄마랑 같이 자면 금방 잠이 드는 것 같아.

엄마 냄새가 잠이 오게 만들어!”​


나도 다원이랑 함께 있으면 포근하고 따뜻한 향 때문에 빨리 잠에 든다. 참 신기하게도, 사랑하는 남편의 냄새보다 어린 딸아이에 냄새가 더 달큰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호르몬 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자한테는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 내 남편 진짜 잘 씻는 깔끔돌이인데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혼자 침대에 누워 잠이 드는 게 어려웠는데 그때 잠든 아빠 곁에서 “잠을 자볼까?”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빠 옆에 눕자마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냈다. 우선 냄새부터 안정감이 없고 코 고는 소리 덕분에 잠이 푹- 들기는커녕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나의 엄마는 집에 있든지 아니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어도  냄새가 났다. 내가 엄마  안에서 떨어져 나와 일부분이  아이니까, 엄마의 향에서 나의 향도 느낄  있었다. 다원이도 말하길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얘기해 준다. 나를 품고 태어나게   엄마의 냄새는 세상 풍파를 겪어도 “너는 잘하고 있다고엉덩이를 토닥여준다.




다원이를 가슴팍에 푹- 넣고 안아줄 때면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주말마다 엄마를 만나러 가면 병실 침대에 누워 함께 잠이 들었다. 좁은 침대여도 엄마랑 꼭 붙어 자는 게 참 따뜻하고 좋았다. 엄마 몸에 주렁주렁 달린 약들을 잘 못 건들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함께 누워서 잘 때는 그런 생각보다 내가 살기 위해서 오늘은 옆에 꼭 붙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땐 일주일간 세상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엄마 품 안에서 씻곤 했다. 그때만이라도 엄마 앞에선 아기 새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


​​​​​​​​​​










친오빠가 최근에 음식점을 개업했다.

​​​


한식 주점인데 상수동 쪽이라 우리가 사는 동네랑은 꽤 거리가 멀다. 다음에 놀러 가서 술도 먹고 근처 호텔이나 잡아서 하룻밤 자야겠다. 오빠가 요리는 할 줄 알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는데 아빠가 가서 먹어 본 이야기로는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단다. 나보다 입맛도 까다로운 사람이니 요리 실력도 나쁘지 않겠지.


​​​


우리가 요리를 잘하는 건 다 엄마 손맛을 덕분이다.









음식점 메뉴를 쭈욱 살펴보니, 묵은지 김치찜, 소고기 미나리 전골, 김치전, 해물파전, 등등 엥 묵은지 말이 밥? 몇 개월 전 오빠에게 보냈던 카톡이 기억난다.​​​​


 “오빠는 엄마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뭐야?”

​​​

“음 많은디 김치 씻어서 밥 싸주던거?”

​​​​​​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네.



우리 둘이 야심한 밤에 배가 고프다고 하면 엄마는 묵은지를 씻어 밥을 말아주셨다. 깨끗이 씻은 묵은지에 쌀밥을 넣고 고추장 아주 살짝 넣어 돌돌 말은 다음 입에 쏙쏙 넣어주셨다. 오빠랑 나는 아기 참새처럼 엄마 앞에서 입을 쩍쩍 벌리며 받아먹었다. 엄마는 전혀 귀찮은 내색 없이 몇 번이고 쌈을 싸서 입에 쏙- 넣어주셨다. 근데 오빠가 그걸 만들어서 팔고 있다니, 혼자서 메뉴판을 보고 눈물이 살짝 맺혔다.


가서 먹고 나 울지도 몰라!    



엄마의 묵은지말이밥




 






작가의 이전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