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간혹 올라왔던 옆반 미술 선생님은 12월 첫째 주에 퇴사를 하셨다. 원래 사시던 대구로 이사를 가신다고 하셨고 사실 그 이유가 아니어도 원장님의 잔소리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고 나에게 넌지시 이야기하심. 그 사람 앞에서는 약간 아쉬움을 내보였지만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오예!) 이런 나의 가식적인 모습이 소름 끼칠 때가 있다.
그저 난 두 얼굴을 가진 사회적 인간일 뿐이야.
원래는 12월을 채우고 퇴사할 예정이었지만 원장님도 어차피 떠날 분을 오래 끌고 갈 필요가 없기에 3일 안에 퇴사가 결정 나고 나가게 되셨다. 나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옆반 선생님이 나오지 않던 첫날부터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한 사람의 부재가 이렇게 큰 차이를 줄 수 있다니, 어떤 이의 부재는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 누군가는 차라리 없는 게 날 때가 있다. 나는 없는 게 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기에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한다.
옆반 선생님 수업은 원장님이 직접 하시기로 했다.
그리고 학원 일을 도와주실 보조교사를 구해오셨는데 원장님과 친분이 있는 학부모시고 인성이 좋으셔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신다. 존댓말을 꼬박 쓰시는 모습에 좋은 분이라고 느꼈고 역시나 내가 느낀 바가 맞았다.
나는 2주 전부터 수업 스케줄이 변동되면서 적응기를 가지고 있다. 근데 딱히 적응할 것도 없이 아주 순조롭다. 아이들과 잡담을 나누며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은 귀찮지 않아요? 옆반 선생님은 다 귀찮대요, 우리가 질문하는 것도 그리고 도와주는 것도요” 학생의 이야기에 어떤 답을 줬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속으로 아 옆반 선생님이 아이에게 저런 이야기를 했구나. 미친년..이라고 되뇌었다.
또 어떤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저는 그림을 못 그리니까 쉬운 그림을 그려요. 그리고 잘 그리는 애들은 어려운 그림을 그려요.” 내 수업과 옆반 선생님의 수업을 동시에 들었던 아이의 말이 놀랍다.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에게 너는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쉬운 걸 해야 해! 누군가는 “왜? 그게 문제야” 할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 아이에게 못 그린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완전한 동그라미와 곧은 직선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기에 아이가 그린 삐뚤삐뚤한 그림도 귀엽고 재밌다고 말한다.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어떤 학생이 내 별명 귀염이로 정해줌... 내 생애 가장 깜찍한 별명이다. 원래 별명 만사마, 노홍철 왜 인지 아시는 분?)
다원이가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어린이집을 거쳐 유치원, 이젠 초등학교다. (벌써 초등 맘이라니 실화? 낯가리는 엄마는 다원이보다 더 긴장 중) 세상엔 이런저런 선생님이 많겠지만 그래도 다원이 학교생활에 좋은 선생님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학생은 좋은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나쁜 아이가 될 수도 있기에.. 입이 가진 힘은 무섭다.
나도 좋은 말 많이 해야겠다.
글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