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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Dec 24. 2021

아이가 부모를 선택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눈에 들어온 영상



귀여운 짱구, 짱아가


아빠랑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


천사였던 짱구, 짱아는 여러 부모를 관찰하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모를 골라야 한다. 화면으로 보인 짱구 엄마, 아빠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꾸 나온다. 그 모습에 짱구랑 짱아는 - 저 집은 가기 싫다고 함. 그리고 부잣집 철수네에서 살아보는 체험을 해 본다. 또 요리 잘하는 훈이 엄마랑도 함께 살아본다.


체험을 해봐도 부모님이 썩 마음에 안 들던 짱구랑 짱아. 지금껏 체험했던 부모는 - 취향이 안 맞고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다고 한다.

​​


계속 부모를 고르지 못하고 있을 때 짱구 엄마, 아빠가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 화면을 비춘다.







다원이가 다섯 살쯤,


뜬금없이 자기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어두운 숲속에 떨어졌는데, 그때 엄마 아빠를 찾아다녔어! 그중에서 이렇게 생긴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골랐고, 아빠는 짧은 머리에, 힘이 쎈 사람이라서 마음에 들었어!”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다원이는 자주 반복해서 얘기했다. 거짓말일지도 모를 귀엽고 순수한 이야기, 다원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우리가 다원이를 낳은 게 아니라 다원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 같았다.



우리의 부족함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다원이. 좀처럼 우리 부부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다원이가 해결사로 나선다.


​​​


“아빠는 좀 예민하잖아? 그래서 잔소리가 많고, 엄마는 좀 짜증이 많잖아? 그래서 성질을 내지? 그러니까 둘이 자꾸 싸우는 거야. 둘 다 서로 말할 때 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싸우는 거야!”

​​


​​


이렇게 팩폭을 날려준다. 근데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 죄다 맞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오은영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보다 더 깊게 신뢰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농담, 말투, 행동 어쩜 우리와 취향이 딱 맞게 행동하는 걸까?




나의 가정을 꾸리기 전, 나의 엄마, 아빠, 오빠랑 취향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의 모습을 반쯤 연기하고 살았던 것도 있다. (엄마 앞에서 착한 척 함) 나와 달리 엄마는 너무 착했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엄마이기에 재미없는 농담에 웃어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농담이 너무 재미없었다. (하늘에서 이글 보고 놀라시는 건 아닐까..) 우리 엄마는 얼굴이 미인이라서 그런가, 입담은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근데 다원이는 내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참 재밌는 아이다. 내 아이라서가 아니라 참 매력이 많다.



우리의 부족함을 다원이는 잘 아는 듯, 너그럽게 행동한다. 나의 실수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야기해 준다.


다원이가 나를 선택해 줘서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돼가고 있다. 우리는 부족한 부모일지라도 다원이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 고마워 다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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