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하다 눈에 들어온 영상
귀여운 짱구, 짱아가
아빠랑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천사였던 짱구, 짱아는 여러 부모를 관찰하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모를 골라야 한다. 화면으로 보인 짱구 엄마, 아빠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꾸 나온다. 그 모습에 짱구랑 짱아는 - 저 집은 가기 싫다고 함. 그리고 부잣집 철수네에서 살아보는 체험을 해 본다. 또 요리 잘하는 훈이 엄마랑도 함께 살아본다.
체험을 해봐도 부모님이 썩 마음에 안 들던 짱구랑 짱아. 지금껏 체험했던 부모는 - 취향이 안 맞고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다고 한다.
계속 부모를 고르지 못하고 있을 때 짱구 엄마, 아빠가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 화면을 비춘다.
다원이가 다섯 살쯤,
뜬금없이 자기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어두운 숲속에 떨어졌는데, 그때 엄마 아빠를 찾아다녔어! 그중에서 이렇게 생긴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골랐고, 아빠는 짧은 머리에, 힘이 쎈 사람이라서 마음에 들었어!”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다원이는 자주 반복해서 얘기했다. 거짓말일지도 모를 귀엽고 순수한 이야기, 다원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우리가 다원이를 낳은 게 아니라 다원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 같았다.
우리의 부족함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다원이. 좀처럼 우리 부부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다원이가 해결사로 나선다.
“아빠는 좀 예민하잖아? 그래서 잔소리가 많고, 엄마는 좀 짜증이 많잖아? 그래서 성질을 내지? 그러니까 둘이 자꾸 싸우는 거야. 둘 다 서로 말할 때 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싸우는 거야!”
이렇게 팩폭을 날려준다. 근데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 죄다 맞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오은영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보다 더 깊게 신뢰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농담, 말투, 행동 어쩜 우리와 취향이 딱 맞게 행동하는 걸까?
나의 가정을 꾸리기 전, 나의 엄마, 아빠, 오빠랑 취향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의 모습을 반쯤 연기하고 살았던 것도 있다. (엄마 앞에서 착한 척 함) 나와 달리 엄마는 너무 착했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엄마이기에 재미없는 농담에 웃어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농담이 너무 재미없었다. (하늘에서 이글 보고 놀라시는 건 아닐까..) 우리 엄마는 얼굴이 미인이라서 그런가, 입담은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근데 다원이는 내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참 재밌는 아이다. 내 아이라서가 아니라 참 매력이 많다.
우리의 부족함을 다원이는 잘 아는 듯, 너그럽게 행동한다. 나의 실수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야기해 준다.
다원이가 나를 선택해 줘서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돼가고 있다. 우리는 부족한 부모일지라도 다원이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 고마워 다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