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다녀왔다.
시간이 애매하게 3시 30분 - 4시로 잡혀 있어서 원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빼고 나올 수 있었다. 학교 앞 정문에 가까워지니 주변엔 아이와 학부모들이 하나 둘 보인다. 슬쩍 부모들을 살펴보며 1학년 엄마, 아빠의 나이를 짐작해 본다. 나도 이제 꽤?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도 앳되다.
예비소집일을 앞둔 며칠 전, 남편에게 조언을 구했다.
“롱패딩에 운동화 신고 가면 너무 어려 보이지 않을까? 롱 코트에 구두 신고 갈까?”
“롱패딩이나 롱 코트 똑같이 어려 보일걸? 나이 들어 보이고 싶으면 머리를 위로 올려 묶고 가든지.”
내가 조언을 구했으나 남편에 조언이 딱히 마음에 안 들었다. 요새 가뜩이나 날이 추운데 머리를 위로 바싹 올려 묶으면 내 귀랑 목덜미는 매서운 바람을 맞을 거 아냐? 내가 말한 대로 검은색 롱 코트에 구두를 신고 나갔다. (답정녀)
학교로 들어서니 아이 한 명과 학부모들이 순번을 기다리며 줄에 서 있다. 어떤 아이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 불편한지 울먹이며 아빠에게 "무섭다"라는 말을 계속 속삭인다. 아빠는 아이에게 “뭐가 무서워, 그냥 이렇게 하고 가는 거야” 이야기하더라. 사실 예비소집일은 기대한 마음에 김이 셀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했다. 다원이는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으로 착각하고 학교에서 나올 때 “뭐야? 이게 끝이야?’ 이야기하더라. 응 이게 끝이네.
운동장을 걸어 나오는 다원이가 놀이터를 향해 눈길이 간다. “엄마 우리 저기 가자!” 놀이터를 살펴보니 꽤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여있다. 보자마자 가고 싶지 않아졌다. 다원이에게 코로나 핑계를 대며 놀이터에 가지 말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사실은 놀이터에 있는 엄마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피한 거다.
엄마가 아닌 나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엄마”로써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아직도 너무 어렵다.
학교 정문에 나오며 00초등학교 라고 적혀있는 글자 옆에서 다원이 사진을 찰칵- 찍어줬다. 옆에 지나가던 엄마들은 00엄마-!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한다. 엄마들을 쭈욱 살펴봐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들이다. 우리 동네에 아이들, 엄마들, 아빠들, 이렇게 많다니!
다원이랑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어쩌면 나는 떡볶이를 먹던 여고생의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해 봤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니 다가가는 것도 마주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젠 떡볶이를 졸업해야 될 것 같다. 마라탕으로 갈아타든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