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식구들은 내 남편이 말 주변이 없고, 묵직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어릴 때 별명도 “목석같은 사나이”라서 조용히 놀고 사고 안 치는 아들로 주변 아줌마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단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큰 리액션이 없다.
내가 아주 맛있는 밥을 해줘도 “음- 맛있네” “역시 집 밥이 최고네” 이 정도가 내 남편이 가지고 있는 최대치의 칭찬이다. (모든 말에는 높낮이가 없음) 처음에는 “반응이 왜 이래? 별로야?” 남편 표정을 살피고 매번 또 물어봤다. “아냐- 맛있어!” 남편은 당황하며 나는 지금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되려 나에게 불편함을 표현했다. 과한 말투와 흥분된 어조로 칭찬하길 바랐던 나는, 결혼 후 몇 년간은 칭찬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과하게 더 칭찬할 수는 없는 거야? 채찍!)
결혼 생활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낱낱이 살피는 수행의 길이다. 내 남편 앞에선 나의 유아틱하고 인정욕구에 메마른 결핍이 드러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표출되다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안에 못 미칠 경우 상대에게 불만의 화살이 돌아간다. 그래도 이 남자와 8년간 살아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많이 깨우치고 변화했다. (당신 덕분이야!)
목석같은 사나이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당신 만날 생각을 했어. 그때 내가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 당신을 만나려면 너무 오랜 시간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말 재주 없는 목석같은 남자가 가끔 꿀 멘트를 날린다. 입담 좋은 어떤 이의 말보다 파급력이 훨씬 세다.
새로 산 원피스, 가격도 저렴한대 마음에 들었다. 남편에게 보여주니 바로 예쁜단 말이 없어서 뭐지..? 별로야? 물었다.
“음.. 옷은 그렇게 좋은 옷은 아닌데
당신이 걸쳐서 예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