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 가족 모두 모여서 저녁을 함께 먹는다.
최근 다원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삼촌 잘생겼어. 머리도 멋지고 나는 그런 얼굴이 좋아”
단 한 번도 친오빠가 잘생겼다고 느껴본 적 없어서 다원이 말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는 얼굴이 갸름하고 마른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우식, 송중기, 강동원) 잘생긴 얼굴이지만 송중기는 너무 말랐고, 강동원도 너무 말랐다. 최우식은 마른 것도 마른 거지만 친오빠랑 닮아서 싫다. 그리고 내 허벅지보다 허벅지가 얇은 사람은 부담스럽다.
다원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다원아. 너 아빠 스무 살 때 모습 봤으면 부끄러워서 말도 못 걸었을걸?”
다원이는 콧방귀를 뀌며 “그래?” 한다. 딱히 아빠 말에 관심이 없다. 이쯤 되면 텐텐씨가 시작하는 옛 과거의 이야기들.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를 거친다.
“내가 스무 살 때 이어폰 끼고 지하철을 타고 있었는데 내 앞쪽으로 여고생들 무리가 자꾸 나를 쳐다보고 쑥덕거리며 웃더라, 속으로 아닐 거야. 나 보는 거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니까 나를 따라 내리더라?
여고생 무리 중에 한 명이 나한테 쪽지를 건네줬어. 자기 이름이랑 핸드폰 번호 적혀있고 그 밑에는 너무 잘생겼어요! 이미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도망가고 싶었지. 그래서 쪽지는 쓰레기통에 버렸어..”
“내가 스무 살쯤 엄마랑 교회 같이 다녔거든, 예배시간에 설교를 듣고 있는데 엄마랑 아는 아줌마들이 옆에서 쑥덕대는 거야. 그것도 다 들리게 “어머. 00이 옆모습 좀 봐. 어쩜 저렇게 잘생겼니...” 나는 못 들은 척하면서 설교에 집중했지. 남들의 시선에 모른 척 연기하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나는 최대한 열심히 들어준다. 자기 입으로 옛날에 나 이렇게 대단했어! 자랑하는 모습이 유치하지만 귀엽다.
수줍음이 많은 남편은 나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쑥스러워했다. 길거리에서 뽀뽀를 하거나 포옹을 하면 땀을 뻘뻘 흘렸다. 지금도 엘리베이터에서 손잡거나 뽀뽀 한번 하자고 하면 “안돼. 경비원 아저씨가 cctv로 다 보고 있어..” 한다. 그 모습도 꽤 귀엽다.
샤워하고 나온 남편이 윗도리를 입지 않고 있으면 내가 빤히 쳐다본다. 남편은 “왜?” 하고 부끄러운지 두툼한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쓱쓱 문지른다. (곰처럼)
다원이가 아빠는 잘생기지 않고 귀엽다고 이야기한다. 아빠는 배가 통통하고 머리도 빡빡이라 귀엽다고, 나는 다원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껏 내 남편의 잘생긴 외모를 사랑했던 이는 꽤 많았을 것 같다. 그들은 외모에 가려진 이 남자의 귀여움은 모르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 일어나 남편을 깨웠다. 깨자마자 나에게 “집안이 깨끗하지?” 밤에 집안 청소한걸 자랑한다.
참 귀여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