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단순해서 별거 아닌 일에 꽁해지곤 한다.
아마 당신을 향한 마음이 커서 나는 당신 앞에선 더 속이 좁은 인간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꽁해지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하지, 휴대폰에 흘러나오는 노래에도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곤 해. 나는 내가 단순해서 참 좋아. 슬픔과 괴로움보다 내 삶에 즐거운 일들이 참 많기 때문이야.
당신은 참 답답해. 말을 못 알아들어서 3번 이상은 얘기해 줘야 하고, 리모컨은 분명히 소파 근처에 있는데 찾지를 못하지. 눈앞에 있는 걸 왜 보지 못할까?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짜증을 내곤 해. 사오정과 함께 사는 건 꽤 피곤한 일이거든!
그래도 당신이 참 좋아. 나를 생각하며 꽃다발을 사주는 마음을 가졌고, 편의점에 가면 내 생각이 났는지 초코칩 쿠키를 꼭 사다 주잖아. (그리고 자기는 초코칩 쿠키를 싫어하지만 나 때문에 일부로 사 오는 거라고 생색까지) 생색내는 건 감점 요인이지만 내 눈에 그 모습까지 귀여우니 감점은 하지 않겠어.
며칠 전,
2013년에 썼던 글이 눈에 들어오더라.
2013년도 내 나이 21살, 9년 전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썼던 글인데 정말 말하는 대로 되는구나. 오늘 하루 종일 열심히 밥을 지었다. 주말에 나가지도 않고 밥 차리고 잠자고 일어나서 밥 차리고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시간 헐. 진정 밥순이가 따로 없네. 하지만 난 밥순이 좋아. 내가 당신을 위해서 밥을 차려주고 당신은 내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잖아. 그럼 됐지.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니 오늘은 10년 뒤
미래의 일상을 상상해 볼까?
우리가 원하던 조용한 곳에 우리만의 집을 지었어. 작고 아담하지만 속은 따뜻하고 포근하지, 집안에 채워진 가구들은 당신이 직접 나무를 깎고 오래 시간 메 만져 만든 것들이야. 부엌에 있는 작은 도마까지 당신 손이 가지 않은 게 없어. 당신 솜씨가 꽤 괜찮거든. 나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고 당신은 거실에서 요리하는 나를 보고 웃는다.
옆에서 게임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10년 뒤, 우리 모습을 상상해 봤어?
어떨 것 같아?”
“음.........................
좋은 차 타고.....”
부부가 동상이몽이구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