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크리스마스이브날, 꽃다발과 준비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귀여운 블루투스 스노우볼!
남편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도 좋아한다.
선물과 꽃, 다 마음에 들지만 기념일에 챙겨주는 남편의 편지가 참 좋다. 이번엔 어떤 편지를 샀을지 궁금하고 편지 속 내용도 항상 마음에 든다.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내 눈에 멋진 글씨체, 진심이 담긴 글.
내 선물을 다원이가 조용히 바라보더니
“엄마랑 아빠는 어른이니까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지? 그래서 엄마랑 아빠가 서로 선물을 주는 거잖아.”
그치 다원이 말이 옳다. 어른 세상엔 산타가 없지. 그래서 어른은 조금 외롭고 슬픈 것 같다.
오늘 아침, 우리가 그린 트리 앞에 다원이 선물을 쭈욱 올려놨다. 다원이가 거실로 나와 선물을 보고 깜짝 놀라길 바랐지만 다섯 살 어리숙했던 아이 모습과 달리 일곱 살 아이는 눈치가 빠르다.
“어? 이건 우리 집에 있는 카드인데?” (선물 포장을 할 때 집에 있던 카드를 함께 꽂았다)
허술한 엄마는 다원이가 산타의 비밀을 눈치챈 것 같아서 눈알을 마구 굴렸다. 초콜릿이 들어있는 상자는 엄마가 포장했다고 허둥대며 말했지만 이미 다원이가 거짓말인 걸 알아버린 것 같아서 나 또한 살짝 시무룩해졌다. 안방에 누워있던 남편에게 조용히 가서 “이제 다원이가 눈치를 챈 것 같아, 그래서 조금 슬프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지
“언제까지 믿겠어.
나도 그 나이 때 이미 산타가 없는걸 알았어.”
남편이 다원이를 불러서 이야기해 줬다.
“다원아. 아이에게만 산타가 있는 건 아니야. 아빠는 지금도 산타를 믿고 산타는 마음속에 있어. 그래서 서로 선물을 주는 거야.”
아! 어른 세상에도 산타가 있다.
어른이 되도 산타를 믿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즐긴다. 서로가 서로의 산타가 되어 선물을 보내며 따뜻한 말을 나눈다.
다원이는 남편의 이야기를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다원이가 더 커서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되더라도 매년 크리스마스에 낭만을 잃지 않고 마음속에 산타를 그리며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