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부부 동반 모임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고 남편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울 때면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참 어렵다. 예를 들어 남편 친구들이 Mr. two의 하얀 겨울 이야기를 하면 나는 속으로 그게 뭐지 하겠지. 미스터. 빈 - 은 아는데 미스터. 투는 뭐야, 컬투는 안다. (1993년도에 발매된 곡 / 내가 태어난 해)
그리고 남편 친구들의 부인은 나랑 나이차가 많이 나니까 나를 어린애 취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다. (사실 그랬던 적은 없음, 왜냐 만나 본 적이 없으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부부는 함께 만나는 가정이 없다.
아, 유일하게 남편 회사 동료와 함께 캠핑을 간 적이 있다.
그 부부는 여자가 남자보다 두 살 연상이었는데 언니의 모습을 보고 “좋은 여자” 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하고 성격 좋고 편안한 여자. 남편의 실수에 너그럽게 허허 웃어줄 수 있는 여자의 모습은 현명함을 넘어서 정말이지 너무나 - 멋져 보였다. 내가 없는 걸 갖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남편에게 저지른 행포를 반성했다. 남편 앞에서 투정 부리고 짜증 내는 내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아- 언니는 찌질한 나와 달리 부처 같은 미소를 지으면 아이를 보듬어 주는 어미의 모습을 보였다.
머리로는 반성 퍼레이드를 하고 있을 무렵, 손으론 김치부침개를 맛있게 부쳤다. 요리 인플루언서의 자존심이 있으니 장소 불문하고 캠핑장에서도 맛있게 부쳐야 한다.
노릇하게 부친 김치전 테두리를 푹- 찢어서 내 남편 입속에 넣어줬다. 남편이 김치전 맛있다고 이야기하니 옆에서 보던 동료가 자기 부인에게
“당신은 어째 한입 주질 않아?”
말을 툭 던진다.
언니는 다른 걸 하고 있어서 충분히 바빠 보였고, 손에 뭐가 묻어서 더럽다는 말도 덧 붙였다. 내 손에는 젓가락이 들려있고 김치전도 내 앞에 있으니, 김치전을 찢어서 남의 남자 입에 넣어줘야 할까 말까, 젓가락이 정답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요동쳤다.
나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언니의 표정을 보고 내가 남편에게 김치전을 건넨 게 미안해졌다. 내 기억이 조작된 건지 요동치는 젓가락 다음 장면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좋은 부인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비교하는 나의 모습과 좋은 부인을 굳이 다른 부인과 비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 진짜 좋은 부인은 어떤 걸까? 고민해봤다.
우리의 캠핑 만남은 그날을 끝으로 안녕했다. 딸아이는 또 언제 캠핑에 가냐고 자꾸 묻지만 나는 대답이 없다. 가더라도 우리 가족 3명만 가야겠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건 너무 피고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