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Feb 08. 2022

집에 혼자 있는 아이




아이가 얼마나 크면 집에 혼자 있어도 위험하지 않을까?


내 딸 다원이는 8살인데 집에 혼자 두거나 어른 없이 집 앞 놀이터에 나가보지 않았다. 어떤 부모는 8살이면 충분히 컸다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집이라는 공간도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더 노출되기 싶다. 나는 어릴 적 겪은 일로 불안감이 높다.


​​​


희미한 기억으로 내 나이 8-9살 때부터 어른 없이 집에 있었다. 엄마는 일을 가셨고 오빠는 어린 나이에도 친구를 좋아했으니 밖으로 돌았던 것 같다. 나는 집에서 혼자 놀거나 나처럼 엄마 아빠가 일에 나간 친구들과 모여서 놀았다.



​​

우리집 골목길에서 불량 청소년들이 담배를 뻐끔뻐끔 피었다. 간혹 껄렁한 오빠들을 마주치면 지나가는 나에게 “이거 너 담배니?” 하고 농담을 던졌다. 나는 겁을 먹고 “제거 아니에요.” 대답해 주었다. 오빠들은 겁먹은 내 모습을 보며 끅끅 웃어댔다. 뭐 그 정도는 양호한 에피소드였던 걸로. 어느 날은 열쇠로 집문을 따고 들어가려는데 열쇠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가방을 뒤집어가며 열쇠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어른이 조용히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고 의심 없이 저 사람이 누구지? 의문만 들었다. 내가 집으로 들어오니 그 아저씨가 우리 집 대문으로 따라 들어왔다. 아- 모든 위험한 일들은 아차 하는 순간 일어난다.




(지금도 몸이 좋지 않은 날엔 누군가 집에 들어오려는 꿈을 꾼다. 나는 몇번이고 문을 잠궈보지만, 문은 단단하지 않고 나를 지켜줄 수 없다. 두려움에 손발을 달달 떤다. )

​​​


그 일이 있고 집이라는 공간이 안정적인 울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쇠관리를 잘하지 못한 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두고 일을 나간 나의 부모가 잘 못한 걸까?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다. 나쁜 일이 벌어지고 나면 결국엔 피해자만 고통스럽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잘 참았다고 칭찬해 주는 것보다, 아이들이 참는 시간이 많이 없어지길 바래본다. <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거나 좀 보완했으면 좋겠다. 이번 대통령은 누굴 뽑아야 하니? >



코로나로 2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또한 예상치 못하게 계속 쉬는 일이 생겼다. 주변에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 부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일을 그만두든지, 불안하지만 퇴근시간까지 아이가 집에서 잘 지내길 바라는 거다. (아니면 학원 뺑뺑이)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삶을 살아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