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제가 중학교 때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생활을 하셨어요. 엄마들은 자식이 끼니 챙겨 먹는 걸 가장 걱정하는 것 같아요. 역시 저희 엄마도 비슷한 마음이었나 봐요.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냉장고에 반찬을 해두셨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엄마의 마음을, 치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냉장고에 그대로 있는 반찬들을 보며 엄마가 한숨을 내셨어요. 그냥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아빠랑 오빠랑 치킨을 사 먹기도 했었죠.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많은 것 들이 변했어요. 음식을 차려 먹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낀 적 이 없는데, 밥 먹는 시간이 사람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론 입구멍에 음식을 쑤셔 넣는 삶을 살았어요. 다음날 일어나고 움직이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그냥 동물적인 허기짐을 채우고 살았나 봐요. 그러니 음식을 먹어도 마음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네요. 외로움의 허기짐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 같아요. 하마터면 병들뻔했지만 그렇게 재미없게 병 들어갈 순 없죠, 운명의 텐텐님을 만났답니다.
지금은 10년이 지났고 저는 주말 아침, 부엌으로 갑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해요. 먹기 위해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요리를 해요. 뭐 간혹 실패도 하네요. 가령 배추찜 요리는 남편에게 고기 잡내가 났지만 그도 알겠죠? 지나고 보면 그리운 맛일 거예요. 저희 엄마가 해준 아주 맛있는 요리도 가끔 생각나지만,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멸치 오뎅 김치찌개도 기억에 나요. 멸치, 오뎅까지 다 넣었는데 세상에 너무 비린 거 있죠? 그날 냉장고에 마땅한 재료가 없었나 봐요. 근데 그 맛을 생각하며 미소가 살짝 지어져요. 엄마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재밌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말— 맛없던 요리가 웃음이 나는 기억이 될 수 있고, 아주 맛있던 음식도 슬픈 기억으로 남을 수 있나 봐요. 그런 기억들이 모두 모여서 삶을 만드네요. 그래서 전 진심을 다해서 요리합니다. 간혹 결과가 실패해서 남편에게 “요리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이제 당신이 해!” 화도 내지만 아마 그는 입으로 기억할 거예요.
음식에 담긴, 나의 깊은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