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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Dec 20. 2021

잊을 수 없는 냄새






어릴 적 나는 중학교 넘어서까지 엄마와 함께 잤다.



첫 번째 이유는 밤에 나쁜 꿈을 자주 꿔서 두 번째는 아빠가 엄마 옆에서 잠을 안 잤기 때문에 내가 그 옆을 차지했다. 그렇게 밤에는 자기 전까지 조잘조잘 떠들었는데 엄마한테 궁금했던 것들을 주로 물어봤다.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부터 어릴 적 엄마의 이야기들도 잠자기 전 모두 들었던 것들이다. 엄마의 엄마는 내가 태어난 해에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들은 바로 외할머니는 폐암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사 남매 중 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었다. 은연중에 느낀 거지만 엄마는 할머니를 닮은 걸 싫어하셨다.  



할머니처럼 눈두덩이 푹 꺼진 얼굴을 싫어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할머니처럼 눈두덩이 푹 꺼지는 것 같다며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셨고 할머니처럼 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나셨다.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엄마가 없는데 슬프지 않아?” 피곤하신지 내 질문에 대충 대답하셨다. “응 슬프지 않아, 혜리가 있잖아”




엄마는 정말 슬프지 않으셨을까? 당시에 너무 바쁘게 살고 있을 때라 정말 슬프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 다원이가 자기 전에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한은주 할머니가 없어서 슬퍼?”




“엄마가 예전에는 많이 슬펐는데 이제는 슬프지 않아, 사람은 누구나 떠나고 나중에 다 같이 만날 수 있거든”


그 얘기를 듣던 다원이가 “엄마는 정말 씩씩하다!”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

고작 일곱살인 아이는 엄마를 위로하고 엄마의 슬픔과 마음을 이해하는 걸 보면 어른은 생각보다 불완전한 존재고 아이는 우리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완벽한 존재라는 걸 느낀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이미 숨이 끊긴 엄마를 끌어안고 냄새를 맡았다. 바로 보낼 수가 없어서 몇 분 동안은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엄마의 냄새, 그 향은 냄새만으로도 세상의 위로가 되고 불안한 마음을 없애주었다.



이미 맡을 수 없는 그 향은 마음속에 빈자리로 남았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쉽게 채울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다원이는 나를 꼭 ~ 껴안으며 내 가슴팍을 킁킁거린다.



“ 엄마 냄새는 너무~ 좋아! ”



어떤 냄새가 나냐고 물어보니



“ 꽃! 꽃 냄새가 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야! “  




나도 다원이 냄새를 킁킁.

다원이한테 잊었던 엄마의 향이 난다.



지금 것 비워졌던 내 마음속에 빈자리는 다원이로 하여금 이미 채워졌다.
















다원아 아빠는 무슨 향이나?



엄마는 꽃 냄새!


아빠는 똥 냄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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