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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Nov 10. 2021

광대로 살아가는 이유.





학원엔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있다.


어떤 아이는 표정이 해맑고, 처음 본 선생님이랑 금세 친해진다. 또 다른 아이는 표정이 없다. 가끔 미소를 짓더라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인다.


​​​​​


나는 표정이 없는 아이들 앞에서 광대가 되는 걸 좋아한다. 표정이 없는 아이라도 내 농담에 넘어오지 않는 아이는 없을걸? (자신감 쩐다) 고객이 아주 옅은 미소를 짓더라도 광대짓을 한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면 표정이 없는 아이는 나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때부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옆에 와서 말을 건넨다.


​​​


아이들은 내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선을 베푸려고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보이려고 하고, 수업이 다 끝나면 청소를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생각한다. 어른에게 잘 보이려는 아이들의 애씀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에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었던 것 같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왜 아이들 앞에서 광대짓을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의문이 들곤 한다.

​​


순간 대학교 시절이 머리를 스친다. 사람을 별로 안좋아한다는 말에 내 주변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왜냐면 과제 제출하는 날에는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작품을 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강의실 한 바퀴를 돌면서 친구 한 명씩 말을 걸고 과제를 봤었다.


​​


나는 궁금한 마음에 움직인 건데 어떤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다. “혜리 언니 선생님 같아!” 또 한 친구는 “교수님 오셨어요?” 어쩌면 이 오지랖이 광대짓을 하게 만든 건가...





아이들의 행동엔 깊은 악의가 없다. ​​


몇 명은 타고난 기질 때문에 사람을 거부하고, 부모에게 받은 교육 때문에 예의를 모르기도 한다. 미운 짓을 해서 미울 때도 있지만 단지 미움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겪을 모든 것들이 눈에 보여 안쓰러움도 함께 느낀다. 그래서 미운 아이더라도 그 아이 앞에서 기꺼이 광대짓을 해 준다. 미운 아이도 내 광대짓에 웃음을 보인다. 미운 짓을 할 땐 못생겼는데 그래도 웃으니 예쁘다.

​​


그 맛에 광대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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