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이랑 집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는 무인 판매점이라 눈치 볼 거 없이 오랜 시간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나는 무인 판매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아주 기쁘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리는 나는, 가게 주인이 보기에 진상 손님으로 느껴질까 봐 눈치껏 적당히 고르고 나올 때도 있었다. 아니면 계속 구경하다가 “나중에 다시 올게요~” 하고 도망치는 경우도 많다.
(주인이 계속 쳐다보거나 옆에 달라붙으면 부담감 때문에 뛰쳐나오게 됨. 제발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
어쨌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무인 판매점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한다.
다원이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온 다음, 바로 우리 뒤로 한 남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 꽤 안면이 익다. 나는 동네 아이들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는데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지나다니면서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 같다.
아이의 얼굴을 보니 다운증후군이었다. 가끔 동네에서 만난 모습으론 어린 여동생과 큰 누나까지 함께 놀이터도 가고 자유롭게 다닌다. 형제가 있다는 건 참 좋아 보인다.
다원이랑 아이스크림을 이것저것 고르는데 역시나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같이 들어온 남자아이는 이미 팽이 모양으로 생긴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한참 있다 아이를 보니 뭔가 계산에 문제가 생긴 듯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신용카드 IC칩이 아닌 곳을 반대로 꽂고 있었다.
“이게 카드가 반대로 꽂혀서 그런 거 같아, 이렇게 돌려서 꽂아봐~”
반대로 꽂고 계산하는 기계를 살펴보니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안내문이 나온다. 이 카드 말고 다른 카드는 없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지갑에 이것저것 있는 걸 보여준다. 지갑을 눈으로 쓱~ 살펴보니 나머지 카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가 아닌 포인트 적립 카드들뿐이었다.
그 사이에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다원이와 나 빼고 중년 여성과 아들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청년도 하나 들어왔다.
모두 아이스크림 계산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나오지 않고 계산대 앞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아이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건넨다.
중년 여성은 “그 카드는 못 쓰는 거라 나중에 엄마랑 함께 와.”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가만히 있더니 아줌마가 들고 있는 신용카드를 보고 “그거 빌려주세요.” 하는 거다. 난감한 경우인데 아줌마가 “ 이건 내 거라 빌려줄 수 없어~” 얘기함.
그 와중에 내 또래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계산해야 하니 이쪽으로 나와있자~” 하며 남자아이의 지갑을 정리해 주며 상황도 함께 정리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속에선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지금 시간이 저녁 7시인데 밥은 먹고 나온 걸까? 궁금해졌다. 또 엄마가 아이가 나온 걸 알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들이 나가면 팽이 아이스크림을 계산해 줘야겠다. 마음먹었는데 또 한편으론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행위가 아이에게 올바르지 않은 인식을 주지 않을까 고민했다.
내가 아이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도 아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나의 편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어 고민이 깊어졌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내 또래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한테 가지 말고 이거 팽이 아이스크림은 제 자리에 넣고 저기 가서 아이스크림 싼 거 하나 집어와. 사줄게~" 하는 거다.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행동하지 못할 때 어떤 이는 행동한다. 역시 한발 늦었나?
편견 없이 장애를 바라보는 눈은 어떤 걸까.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한발 늦는 경우 와, 아니면 생각한 데로 바로 움직인 청년이 올바른 건지 어떻게 해야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