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Oct 20. 2021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든 생각. 한발 늦었다.




다원이랑 집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는 무인 판매점이라 눈치 볼 거 없이 오랜 시간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나는 무인 판매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아주 기쁘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리는 나는, 가게 주인이 보기에 진상 손님으로 느껴질까 봐 눈치껏 적당히 고르고 나올 때도 있었다. 아니면 계속 구경하다가 “나중에 다시 올게요~” 하고 도망치는 경우도 많다.



(주인이 계속 쳐다보거나 옆에 달라붙으면 부담감 때문에 뛰쳐나오게 됨. 제발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



어쨌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무인 판매점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한다.




다원이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온 다음, 바로 우리 뒤로 한 남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 꽤 안면이 익다. 나는 동네 아이들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는데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지나다니면서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 같다. ​​


아이의 얼굴을 보니 다운증후군이었다. 가끔 동네에서 만난 모습으론 어린 여동생과 큰 누나까지 함께 놀이터도 가고 자유롭게 다닌다. 형제가 있다는 건 참 좋아 보인다.​


다원이랑 아이스크림을 이것저것 고르는데 역시나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같이 들어온 남자아이는 이미 팽이 모양으로 생긴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한참 있다 아이를 보니 뭔가 계산에 문제가 생긴 듯 주변을 둘러본다. ​


아이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신용카드 IC칩이 아닌 곳을 반대로 꽂고 있었다.

​​​



“이게 카드가 반대로 꽂혀서 그런 거 같아, 이렇게 돌려서 꽂아봐~”


​​

반대로 꽂고 계산하는 기계를 살펴보니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안내문이 나온다. 이 카드 말고 다른 카드는 없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지갑에 이것저것 있는 걸 보여준다. 지갑을 눈으로 쓱~ 살펴보니 나머지 카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가 아닌 포인트 적립 카드들뿐이었다.

​​


그 사이에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손님들이 꽤 들어왔다. 다원이와 나 빼고 중년 여성과 아들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청년도 하나 들어왔다.

​​


모두 아이스크림 계산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나오지 않고 계산대 앞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아이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건넨다.

​​


중년 여성은 “그 카드는 못 쓰는 거라 나중에 엄마랑 함께 와.”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가만히 있더니 아줌마가 들고 있는 신용카드를 보고 “그거 빌려주세요.” 하는 거다. 난감한 경우인데 아줌마가 “ 이건 내 거라 빌려줄 수 없어~” 얘기함. ​


그 와중에 내 또래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갔다.

​​


“사람들이 계산해야 하니 이쪽으로 나와있자~” 하며 남자아이의 지갑을 정리해 주며 상황도 함께 정리했다.


​​​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속에선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지금 시간이 저녁 7시인데 밥은 먹고 나온 걸까? 궁금해졌다. 또 엄마가 아이가 나온 걸 알까?


​​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들이 나가면 팽이 아이스크림을 계산해 줘야겠다. 마음먹었는데 또 한편으론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행위가 아이에게 올바르지 않은 인식을 주지 않을까 고민했다.


내가 아이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도 아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나의 편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어 고민이 깊어졌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내 또래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한테 가지 말고 이거 팽이 아이스크림은 제 자리에 넣고 저기 가서 아이스크림 싼 거 하나 집어와. 사줄게~" 하는 거다.





​​​​​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행동하지 못할 때 어떤 이는 행동한다. 역시 한발 늦었나?

​​


편견 없이 장애를 바라보는 눈은 어떤 걸까.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한발 늦는 경우 와, 아니면 생각한 데로 바로 움직인 청년이 올바른 건지 어떻게 해야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광대로 살아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