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꽤 일찍 퇴근한다. 거진 4시쯤이면 집에 도착하고, 집안 정리를 한다. 그리고 내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학원 앞으로 다원이랑 나를 데리러 온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나머지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영화를 봤다. 다원이는 영화를 함께 보는 걸 참 좋아한다. 쥬라기 공원, 쥬만지, 마틸다, 패딩턴 모두 함께 본 영화들인데 한 달 전부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의 월급이 오르는 대신 저녁마다 집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8-9시, 중요한 시간을 일에 모조리 쓰다 보니 아이가 살짝 시무룩해졌다. 다원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우리가 거지여도 상관없어- 아빠랑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게 좋아!’ 남편도 딸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고민하는 것 같았다.
월급 더 받자고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해?
내 속마음은 3월이면 학원 일을 그만두니, 남편이 조금이나마 더 벌어오길 바랐다.
다원이에게 물었다.
다원이는 나중에 돈 많이 벌고 싶어?
“아니.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 달콤한 속삭임엔 독이 있어서 부자가 되는 건 꽤 위험한 일이거든”
아이의 말에 아차! 싶었다. 사람들은 달콤한 속삭임에 눈이 멀어서 곁에 있는 행복을 잊어버린 채 산다. 나 또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내 눈앞에 벌어진 일에만 급급해서 정작 놓치는 것들이 많다. 아이의 말대로 번지르르한 달콤함에 현혹되지 않고, 삶을 올바른 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달콤해 보여도 막상 겪어보면 쓴맛 투성이인 것들. 쓴맛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달콤했던 경험들.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로 인생을 판단하기엔 모든 것들이 단순하진 않다. 그래서 남들이 먹어보지 않는 쓴맛 나는 것들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달콤한 속삭임에 속지 않기를!
< 나는 다원이랑 다르게 어릴때부터 엄청난 부자가 되는게 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정신을 살짝 놓으면 마음에 있는 집착이 불끈 올라온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나와 다른 내남편을 만났다. 그는 미래를 위해서 이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나와달리 집착이 없다. 아이는 누굴 닮았을까? 아마 우리 둘도 아닌 너는 너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매번 볼때마다 신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