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슬프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고 모든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으니 이별은 항상 쉽고, 편했다. 돌아보면 나는 이별을 직면하고 싶지 않아서 꽤 도망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상대가 슬퍼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몰라서, 어떻게 헤어지는지 몰라서, 모두가 최악이라는 문자만 틱- 보내고 사람들과 헤어졌다. 그 와중에 내가 바랬던 건 상대방도 나에 대한 마음이 크지 않아서 덜 상처받길 바랐다. 나의 바램처럼 쉽게 헤어진 이도 있을 테고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2월을 끝으로 일하는 곳과 안녕한다. 일하는 곳에서 안녕하는 건 나에게 설레는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안녕을 전하는 건 좀 어렵다. 이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른은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꺼내는 게 영 익숙지 않다. 그것보다 도망에 익숙하니, 그냥 이대로 아무 말 없이 휙! 사라져버릴까? 그래도 아이들은 상처받을 거 없이 “그 선생님이 어디 갔구나” 그 정도로 쉽게 생각할 수 있잖아.
또 또,
변명이 늘어난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정이 많이 든 초등학교 2학년 아이 귓가에 조용히 “00아! 선생님 딸 다원이가 초등학교 가야 돼서 이제 미술 선생님 말고 엄마로 지내야 될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야” 그랬더니 그 장난꾸러기 녀석이 으어엉 이상한 동물소리를 내더라. 그리고 그림을 열심히 그리다가도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서 이별에 전하지 못한 마음들, 하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표현한다. “고마웠고, 당신이 좋았어요! 그리울 거예요!"
이별의 슬픔을 눈으로 확인하면 내가 더 슬퍼질까 봐.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계속 도망쳤다. 이젠 도망치지 말고 감정을 숨기지도 말아야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성숙한 이별인 것 같다. 나는 어제 학생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선생님도 00이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