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인 김태리는 참 매력적이다. 웃는 표정이 해맑고, 호탕해 보여서 좋다.
최근 드라마 6화에서 희도(김태리)에게 갑자기 new남자친구가 생긴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 내용상 희도는 분명히 이진(남주혁)을 좋아하는데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답하더라 “내가 좋다잖아! 그리고 이별하는 게 얼마나 슬픈지 궁금했어! 근데 막상 헤어져보니 하나도 안 슬프더라!” 희도의 말에 이진이 대답한다. “진짜 사랑을 해야 이별이 슬프지. 바보야” 잘생긴 남자 주인공은 말도 멋지게 한다. 바보라는 단어를 자칫 잘못 쓰면 기분 더럽거나 느끼하게 느껴지는데 남주혁은 바보를 아주 담백하게 말한다. 맑은 된장국처럼!
모든 만남의 첫 시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나에게 예쁘다고 해주거나 좋아한다는 남자를 살펴보며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만나봤다. 밥도 먹어보고 영화도 보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겪어보는 게 세상을 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자기 스타일이 아닌 남자는 절대 만나보지 않거나, 곁을 주지 않는 이도 있다.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 때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희도처럼 2주 정도 사귀었을까? 기억도 안 난다. 남자친구랑 데이트라곤 손잡고 하교하기. 같이 시내에 나가서 pc방도 갔다. pc방에 들어가서 각자 게임을 하다 금세 다시 나왔다. 남자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어색한 사이라 함께 있는 공간에 긴장감이 흘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짧은 순간에도 어색한 공기가 주변에 가득 찼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아이가 내 입에 자기 입을 맞추더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나머지 “어머 씨발” 이라고 말해버렸다. (공격을 당하면 반사적으로 방어를 하게된다. 그나마 주먹이 안나간게 다행이다.)
남자애도 당황했는지 쭈볏거리다, 나지막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쭉 유지하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센 입이 들켜버린 게 짜증 났다. 그리고 또 다시 뽀뽀하기 싫었다. 그래서 다음날 결별을 통보했다.
남편은 나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당신답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입이 걸었냐고 나를 놀린다. 어릴 적 호기심으로 시작한 연애, 사랑이 그저 호기심에 그쳤던 것 들도 많았다. 호기심을 가졌던 마음보다 현실이 못 미칠 때는 역시나 별거 없구나. 시시했다.
미지근한 온도의 추억 덕분에 나중에 찾아올 사랑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진짜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