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방치한 몸을 다시 만들어 가다.
2003년경 회사차를 타다가 퇴직한 상태에서 차가 필요했는데
새 차를 산 선배가 타던 낡은 93년식 갤로퍼 한대를 줬다.
아마도 첫 주인은 애지중지했을 테지만 주인이 바뀌는 동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듯..
내 손에 왔을 때는 많은 병을 앓고 있었다.
계속된 잔고장으로 애를 먹였는데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많이도 만들어 주었지.
최근 올드카 복원 붐이 일고 있던 중 케이블 채널 더벙커에서 갤로퍼 리스토어를 방영한 적 있었다.
<< 리스토어 >>
죽었던 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과정을 보면서 감탄과 놀라움을 가졌다.
여기 나온 차는 내가 몰았던 차보다 2년 더 올드 버전으로..
같은 차를 3년간 타면서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매력이 숨어 있었던걸 알게 됐다.
차량은 전부 분해해서 부식된 철판은 용접하여 새판을 붙이고 다듬고.. 전체 도장은 기본..
바퀴와 휠 교체, 시트 교체, 구석구석 프레임에 기름때 묻은 것 모두 걷어 내었다.
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도 각각의 부품에 때를 벗겼다.
패킹 하나하나 세심히 교체하며 새 차 수준으로 바꾸는 작업을 보는데 그것은 경이로움 이였다.
차 껍데기 빼곤 모두 교체한 것이다.
이것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새 차로 거듭난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서울 둘레길 5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이때
수십 년간 아무렇게나 관리 없이 살아왔던 내 몸을 생각하고 있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호흡과 분출되는 땀. 지쳐가는 허벅지. 젖은 몸으로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달리던 중
문득 갑자기 리스토어 방송에 나온 이 갤로퍼가 생각났다.
지금 달리는 운동으로...
내 몸에 첫 주인이자 마지막까지 써야 할 내가 어쩌면 리스토어를 하고 있는 중이구나
심장에 때를 벗겨낸다고 비교하는 생각이 왜 그때 났을까?
흡입(가슴호흡) - 압축(복식호흡) - 폭발(움직임) - 배기(배출)
거친 호흡과 땀은 때 묻은 피스톤과 프레임을 닦아가는 과정이었다.
하다못해 십 년 타는 차도 끔찍이 관리하며 타는데..
운동은 내 몸을 새롭게 리스토어 하는 아주 값진 작업인 것이다.
어쩐지 지금도 헉헉되지만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