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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May 25. 2016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러너의 개념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 있다. 

요새는 집 번호를 별로 쓰지 않지만..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지역번호를 말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은 02 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야만 하는 불편함. 


초등학교 때 신길동에서 전학을 왔는데 그때 "뽀빠이 만화가게" 할머니한테 부천으로 간다고 하니까

부평으로 가냐고 합디다.. 전 아니라며 부천이라고 했더니.. 

부평이나 부천이나 란다.... 

그땐 부평이 더 유명했던 듯한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서울에만 갇혀 살다 보면 인천 방향은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나 보다. 



20대 중반 시절 군대서 만난 친구 두 명을 송내역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한 적 있다. 

장대비가 내리던 그날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연락해보니... 

성내역에서 헤매고 있더만... 

아니 내가 부천 사람인데 만나자고 했으면 당연히 1호선 송내역이지... 

성내역으로 가는 그 쎈스들은 뭐냐 말이야.. 

답답한 설 촌놈들.(그중 한 명은 인하대 다니는 친군데도 그 지경이다. ) 



어제도 4명이 만나는 약속은 논현역이다..

왠룔 한 사람은 강남을 생각하고 있던 듯 왜 논현역까지 가서 만나 냔다.. 흐미...


인천에 있다 논현역. 소래포구 옆에 있다. 

시흥에 신천동이 내 동넨데.. 신천이라 하면 잠실만 생각은 사람 많을 거다.



네이버 길 찾기로 보니 대중교통은 버스 타고+ 인천지하철로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교통편이 안 좋으면 뭐?

달리면 되지.


나는 러너다.. 

러너라는 단어와 멀 때 이해할 수 없던 건데.. 

달려서 가기로 했다. 


만나는 시간은 늦은 6시.   

거리는 가면서 측정할 수밖에 없지만 10km 수준. 천천히 가도 한 시간이면 족하다.. 


차로 가는 길은 네비가 거리를 알려주고 도착시간도 안내하지만 

달림의 길은 GPS 시계가 달려온 거리만 알려줄 뿐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예전 운전할 때처럼 이정표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위험한 길이라 갓길을 역주행으로 6km를 달려간다. 

마주오는 차를 보며 가야 내 안전을 챙길 수 있다. 

순행으로 가면 뒤에서 어떤 차가 오는지 알 수없다.     


거의 다 왔는데 논현역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전화가 왔다.... 

약속시간에서 5분 늦었다고 재촉을 하는구먼?

그냥 택시 타고 오라는 말을 웃어넘긴다. 

고개 하나를 넘으니 반가운 골인 지점이 보인다.

내리막... 

힘찬 페이스로 달려 코너를 꺾었다. 

저쪽에 함께 직장 생활을 했던 선후배 일행이 멀리 보인다. 

두 손을 들어 힘차게 달려간다. 


아직 살을 빼지 못한 후배가 경이로운 표정으로 멋진 나의 골인 퍼포먼스를 바라본다. 

어쩌다 이렇게 독하게 사는 사람이 되었냐며 웃는데

뭐 할 말이 없지.. 

내가 독한 걸까?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러너가 돼버린걸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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