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꽝 운 꽝 아저씨가 운동을 알아가는 과정
살좀 빼겠다고 운동을 결심 하고보니 헬스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체육관 없는 동네라 차라리 조금 멀어도 주차가 편한 대형 휘트니스에 가게 됐고 4개월 접수한게 시작이라면 시작이다.
애매하게 4개월 신청한건 한달씩 하는것 보다 매우 저렴하다는 상담원 상술에 넘어간 것.
이곳은 규모가 있어서 그런지 매우 체계적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때는 그 시스템이 내 살을 자동으로 쫒아내줄 것 같은 믿음이 들더군.
이십대로 보이는 미모의 세련된 상담녀.
"담당 트레이너님이 배정되면 연락을 드릴꺼에요.
그때 맞춤상담을 하시면 됩니다."
'아! 나만을 위한 담당이 따로 있는거구나. 역시!'
곧바로 어느 남자 안내에 의해 체육시설과 샤워장을 구경하는데
이 젊고 잘 생긴 친구는 정말 선명한 S 라인.
엉덩이가 허리에 붙어 있다.
더구나 날씬했고 짙은색 세미정장은 매우 잘 어울린다.
남자 몸매에 감탄하는 스스로에 놀라며 인바디실로 뒤따르는데.
"선생님 그러면 최근에까지 하셨던 운동은 어떤건가요?"
"한번도 운동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전혀요?"
"네!"
"하하 저도 궁금해 집니다.
38세까지 한번도 운동을 안한 분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요"
-이때는 지금으로 부터 9년 전이다.-
인바디 결과야 뻔 한거고
그가 궁금해 한다는 말은 전혀 진심처럼 느껴지진 않았다만
반푼 자기개발 없이 살아서 망가진 몸을 각성하듯
이 대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생생히 기억나~!
며칠 뒤 배정된 트레이너 선생님 영어이름 케빈.
본격적 운동 상담을 하는데
젊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근육과 약간은 건방진 말투로 몇 가지를 물은 뒤
유료강습인 PT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복근입니다. 씩스팩을 만드셔야죠?"
"씨익스팩? 에이 그냥 살이나 조금 빼면 다행이지 내가 무슨 복근 이란게 있겠습니까"
도돌이표 같이 계속된 권유를 물리치는데
이제는 권유가 아닌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바뀌는게 느껴질 정도다.
"원래 10시간에 70만원인데요. 지금은 할인 기간이라 60만원입니다."
"아니 내가 운동을 계속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데 일단 혼자서 시작이나 해봅시다."
이 친구는 개인 수당과 연결되지 않아 흥미를 잃었는지
트레드밀 15분 걷기, 몇몇 레그 운동 장비 사용법.
그에 대한 셋트 수만 건성건성 알려주고 가버렸다.
이제는 정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독하게 마음을 추슬리고 가르쳐준 대로 해보지만 도통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건강한 운동인들과 함께 운동하고 있는거다. 뿌듯 뿌듯 ~!!
마치 대형서점에서 두꺼운 책 들고 읽는척하며
수준 높은 사람 행세하는 것 비슷하다.
다음 날 그 다음날에도 연속으로 독한 맘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 케빈 이라는 트레이너는 하루종일 체육관에 있는 사람처럼 언제든 만났다.
내가 이곳에 아는 몇 안되는 사람이기에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쌔엥~"
'뭐야? 날 못본거야?'
계속되는 다음날도 만나면 뭔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위아래 훑은 뒤 고개를 돌리는데
거참 기분이..쩝!
난 여기서 왕초보에 엄청 어색한 이방인이다.
처음에 케빈에게 배운 몇 가지는 했지만
그많은 장비는 알지도 못하고 쓸 엄두도 안난다.
상시 돌아다니는 스텝 코치들에게 물어보려 해도 뭘 알아야 물어보지.
그렇게 외톨이처럼 밀에서 사부작 걷고,
5kg 아령 들고 깔짝깔짝하다가 집에 가기 일쑤.
똑같은 걸 며칠 하다보니
처음 절박한 마음은 빠른게 냉각되어 간다.
돈은 아까왔지만 체육관엘 가면 만나는 그 인상파 케빈도 싫고,
그 핑계가 다는 아니지만 운동은 안드로메다에 도착했다고 알림음이 울렸다.
한 보름했나?
내 마음속은 큰 목소리로 따지고 있었다.
아놔 다 필요없고 집어치워버렷. 왜 이런걸 하는건데?
소심함 작동에 환불 생각도 못하고
결국 돈만 날렸다.
뭐뭐! 어쩔래 내가 그런 사람인걸..
아?
얻은 성과가 하나 있긴 있다.
'난 운동과 안맞아'라는 확고한 결론.
이듬 해.
옆 도시로 이사를 했다.
내 삶에 운동이란 단어는
첫 선에 비참히 차인 루저다.
다시 생각하기도 무서움처럼.
아니 뭐 그냥 다 잊혀버린 옛날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이 곳.
그 곳은 어렸을 때부터 알던 홍구 형이 먼저 이사와 살고 있었다.
집요한 홍구형 성격.
그형 몰랐는데 정말 끈적된다.
그게 결국 미지에 세계로 발 딛게 할 줄
상상 할수 없었다.
내가 알기로 이분 취미는 술이나 한잔 하는건데
안보던 사이 꽉채운 2년차 운동인이 되었던 것.
소주한잔 하는 중 뜬금없이
휘트니스 다니자는 권유를 해왔다.
난 케빈과 악연이 떠올라서 점잖케 사양했다.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형은 얼굴만 보면 사이비 종교 전도 하듯
집요하게 함께하길 원했다.
열 번 찍어 안넘갔지만 스무 번 찍는데 장사없지.
결국 따라간 동네 체육관은 규모는 작지만 알차 보였다.
옛날 얘기.
케빈코치 PT 권유 에피소드를 형에게 말했더니
뭐 그런 곳이 다 있냐며 내 대신 거친 쌍욕을 시전. ㅋㅋ
난 휘트니스가 원래 다 그런줄 알았다니깐..ㅋ.
지나고 보니 이 형은 나 같은 얼뜨기를 코치하기에 적임자다.
서울대 수석이 전교 꼴지 학생을 가르치긴 힘들지 않겠어?
비유 하자면 급격히 성적 올라서 최근 공부가 재밌어진 동네 형인데
내 맞춤형 과외선생이였던 셈.
나같은 배불룩, 몸꽝, 몸치, 나이 많은 사람에게
(적어도 그때는 나이가 많은줄 알았던)
운동이란 단어는 상상속 존재하는 뭐 그런거다.
그걸 현실로 손 꼭 잡아 준 고마운 선무당 형아 만쉐~!
집요함 집요함 집요함.
매일 퇴근 시간을 알려주는 이 형 전화.
"운동 가자"
거절도 한두 번이고, 술 약속 핑계도 매일 할 수는 없는 거다.
보통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아 나처럼 시작한 운동을 포기한다.
그 이유는 본인과 적당한 타협일텐데..
난 나와 빠르게 타협을 끝냈지만
이 형과는 타협이 전혀되지 않는다.
6개월 등록기간동안 지독히도 반복됐다.
일주일에 2~3회씩 끌려갔지.
몇 개월 이 형은 본인운동도 포기한채 나를 지도했다.
나는 전문트레이너 선생님처럼 그 형을 느꼈고.. 그럴 수밖에 없었고.
내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그는 너무 멋있는 모습이다
나를 위해 내 수준에 맞는 중량으로 1셋트 시범을 보인 후 자세를 교정 해줬다.
어느덧 수줍게 올라온 내 이두근.
그걸 스스로 느꼈을 땐 정말 신기했다.
어색하기만 했던 거울에 비친 내모습인데
점차 자신감이 생겨나니까 뻔뻔히 거울을 째려보고 있네?
놀라웁게 몇 개월 안된 모습치고 너무 아름답다.
팔을 위로 뻗어 뒤로 내리는 삼두 운동을 하는데
살짝 에스라인?
나한테 이런 자세가 나올 수 있나?
변화되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기 시작한거지 뭐
이러한 변화로 벌써 거만해지려 한다.
나는 그렇지 않은 겸손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 흠..
조금 방법이 좀 유치할거야. 남자란 그런 존재이니까.
이 형 이름따서 내 알통을 홍근육 이라고 명명했다.
웃자고 한거지만
이름이 맘에 드는지 가끔 술한잔 하면 홍근육을 보여달라고 떼를 쓰곤 했고 그래서 함께 많이 웃었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운동은 알아갈수록 왜 늦게 시작했을까 싶지만
주위 둘러보면 운동하는 친구가 드물기만 하다.
그들을 볼 때 난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다.
이젠 스스로 혼자 운동하는 내 모습에 찬사 보내고 싶다.
사실 운동에 취미 붙히기 쉽지않다.
운동 모를 때 내가 그랬으니까.
단지 건강하기 위한 노동? 뭐 그렇게 생각했다.
하다보니 할수록 숨은 행복이 있었음을 알게한다.
근력 운동을 하다가 깜빡 정신 차려보니까 다른걸로 채널이 바뀌어서.
이젠 마라톤이라는 해괴한걸 하고 사는데
장거리를 계속 천천히 달린다.
소질은 없다.
잘해야만 할 수 있는건 아니고 계속 하는게 잘하는거라 여긴다.
무슨 운동이던 간 지속적으로 하면서 알게된 것은.
‘내 자신을 너무 몰랐다’ 뿐.
내면에 내가 몰랐던 뭔가가 가득 꿈틀거린다.
식도염, 코골이, 각종 트라우마와 우울증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 살지만
운동을 안 뒤 이것들에게 무조건 지지는 않겠구나하는 방법을 알았다..
삶에 활력은 보나스고
그렇게 무서워 보이던 지하철 계단은 이젠 뛰어 올라간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행복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운동에 관심은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미 운동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게 가장 빠르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그들은 그때 홍구형처럼 막 가르쳐 주고 싶어 하거든ㅎ
하지만 그런 지인이 가까이 없다면
그냥 만만한 아령을 가지고 놀아보라.
대충 들었다 놨다만 하는거야 아무것도 어렵지 않아~!!
계속만 해봐봐
그러면 의식하지 않아도 삼두를 하고 싶어진다에 자신있게 한표 건다,
눈앞에 나타난 성과를 느끼는 순간 다른 새로운 운동법을 찾아보된다.
요새 유튜브 좋잖아? 코치는 넘쳐난다.
다만 관심이 없어서 안보이는 거지.
그냥 내말 믿고 처음 조금만 견디며 해 보는거야
누구든 행복한 운동 습관이 붙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령조차 없으면
그냥 걷기만이라도 하자.
몸을 쉬게하지 말고 꾸준히 움직이는 모든 행위를 하라.
그러면 분명한 것은
당신은 나처럼 운동을 알게된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도 실은
살이나 조금 뺄까 싶어 시작한건데
잠깐 정신줄 놓치고 살다가 다시 정신 차려보니까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며 즐기고 있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