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재미없습니다.
그냥 달리고 싶어서 달렸는데 달리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나길래 써봅니다.
여름 기간 체육관을 멈추고 나니 운동의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퇴근을 하면 아니 퇴근을 하기 전에 시간을 계획해서 가곤 했는데..
그냥 밖에 달리면 되지 싶지만.. 달려도 항상 달성으로 달려서 언젠가부터 혼자 달리는 게 익숙지가 않다.
어쩌면 익숙지 않다는 핑계로 귀찮음을 둘러대고 있는 건 아닌지..
난 오늘 아침 4시경부터 눈을 개운하게 떴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은 달리겠다고 찰떡같이 다짐을 하면서도 혹시나 여느 때처럼 눈을 감아버리지 않을까?
아니나 다르게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을 듯하면서도 깜빡 잠든다.
한참을 잔 기분에 더듬거리며 폰을 찾아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
억지로 눈을 감는다.. 너무도 일찍 잠든 까닭에 시계를 보는 간격은 좁아진다.
운동을 나가지 않는 죄책감이 엄습한다.
운동을 가야 하는데.. 싶지만 결국 눈을 또 감아버렸다.
아마 쉬는 것도 이젠 쉽지 않겠지 싶은 죄스럼을 받았다.
누워있는 동안 싸웠지만 후회가 점령해버린 거지.
연휴에 괴산 고사리 수련원 가족들 여행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견우는 유리창을 짚으며 깨지는 바람에 손목에 상처를 입었다.
저녁에 몇 가족들과 마셨던 술에 취한 나는 휴지로 대충 지혈을 하고 집에 와서 소독 정도만 했는데
오늘 보건실 선생님이 꼬매야 한다고 했단다.
급하게 찾은 정형외과 선생님은 깊게 다쳤다고 했다. 조그만 상처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늦지 않은 치료가 다행이지.
마지막 업무를 하던 부천에서 소식을 듣고 부랴 집 앞 병원을 갔고.. 치료가 끝나면서 거기서 업무를 종료했다.
나는 철봉을 하던 뭔가 움직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철봉이 있는 학교가 어딨는지 가늠하고 있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러닝 배낭에 보리차를 담은 오백 미리 생수병을 꼽고 그냥 나갔다.
부상에 오래 시달렸던 경험인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본능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지.
그냥 달리자.
시흥 벌 모내기 준비가 가득한 곳이 멀지 않고, 차량이 많이 다니는 논 가운데 길을 지나면 두렁 길이 한적하게 열린다.
아직은 환한 오후.
천천히 오래 달리고 싶은 몸을 첫 힘빨이 빨리 내몬다.
15km 정도를 달려보자...
거미줄 같은 논두렁 길은 몇 번을 달려도 똑같은 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기다. 방향만 잡고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시흥 관곡지..
이제는 연꽃이 없지만 그쪽으로 방향을 틀면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온다.
길고 긴 이 길에 간혹 있던 산책하는 사람들.. 점점 많아진다.
점처럼 걷는 아저씨 옆을 가벼운 착지로 지나 칠 때 알 수 없는 승리감이 생긴다.
아마도 그분은 내가 점처럼 없어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길은 매우 한적해서 걷는 여성들을 쫒아갈 때는.. 되도록 놀라지 않게 하고 싶지만 거친 숨소리를 숨길 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되도록 멀찍이 돌아가는 것. 그 정도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정말 귀한 러너를 만나기도 하는데
행색(?)을 보니 그 아저씨 초짜라고 쓰여 있다.
허리쌕이 그나마 조금 경륜(?)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지만 면티와 알 수 없는 러닝화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개구리가 되지 못한 내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먹진 않았기에 왼손을 들며 "파이팅~"
얼마 후 나타난 젊은 러너...
왕초보다..
온몸을 흔들며 달리는데 본인의 속력을 넘은 듯 힘겹게 지나간다.
다시 반환해서 돌아오는 길.
그분들도 집을 향했는지 다시 두 번째 인사를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이것도 인연이겠지?
만일 이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 카페로 초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어둑해지는 논 길..
개구리 몇 놈이 우는데 따라오듯 끊어지지 않는다.
밤새도록 목청 좋다더니 초저녁부터 시작하는 거구나..
올해 처음 듣는데 작년에 왔던 각설이 마냥 잊지도 않고 또 온 게 기특하기만 하다.
처음 계획보다 짧은 14km로 마무리.
돌아온 지금 종아리가 살짝 당긴다.
뭐 다음에 15km 하고 또 조금씩 늘리며 논두렁 코스를 이곳저곳 쑤셔보자.
그래도 러닝을 하니 뭔가 오늘을 숙제를 끝낸 듯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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