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창한오후 Apr 18. 2016

포레스트 검프와 달리기에 대하여

바보가 전해온 메시지


1994년 10월에 개봉된 포레스트 검프. 

이 영화를 1995년 사병 생활할 때 내무반에서 비디오로 본 기억인데

그러니까 제대로 다시 본 것은 21년 만이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포레스트는 날아온 깃털을 책갈피에 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몇 년 전 어느 분의 글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다시 감명받은 적 있는데

그 포스팅은 OST 관점이라면 오늘 내 포스팅은 달리기가 관점이다. 


포레스트는 잘 걸을 수 없는 장애아다. 게다가 아이큐는 75 

동네 악동들이 괴롭힘 대상으로 딱이다. 

돌을 던지며 자전거로 쫒아오며 괴롭히는 친구(?)들. 

저항 한번 없이 무작정 도망 가는데 이때 사력을 다해 달리며 보조장치들은 파괴되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때 부터 포레스트는 달리기 시작한다.



(동네 소문난 바보 포레스트)



자전거로 달라붙어 괴롭히던 꼬맹이들은 이제 차로 쫒아오며 돌을 던지는데..

역설적으로 포레스트를 더 빠른 달림 이로 성장하게 한 코치였던 게지. ㅎ




 

도망치다가 게임 중인 럭비장에 난입을 했는데 놀랍게 선수보다 빠르다. 

이런 좋은 자질을 가진 러너를 감독들이 가만 놔둘 리 없지.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ㅋ

그냥 달리기 하나만 잘하는 바보가 말이다. 


그리고 군 입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두 남자를 베트남에서 만난다. 

직속상관 댄 중위와 동기 부바.

9살 때부터 새우잡이를 하며 자란 부바는 새우 이야기로 며칠을 말 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

나중에 배를 사서 포레스트와 함께 새우를 잡기로 했지만... 그는 베트남에서 전사한다.


담배를 멋지게 물고 있는 댄 테일러 중위(게리 시나이즈). 

타고난 군인이었던 댄은 상남자 중에 매력적인 상남자다. 

그는 베트남 전쟁 포화 속에서 두 다리를 절단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달리기를 잘하는 포레스트에 업혀 구조된다.

부상의 좌절로 결국 자기 파멸을 향해 가는데..

 

댄 테일러 중위 아니 게리 시나이즈란 배우.

과연 이 사람이 아까 그 멋진 백인일까 싶을 정도로 깊은 내면 연기에 흠뻑 매료되었다. 




아~!!!!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의 엄마.. 





검프는 어떤 이유인지 아버지는 없다. 교육열이 강한 억척스러운 엄마 손에 자란다. 

모자란 검프는 엄마의 명언을 깊게 새겼다.  


평생 마음이 가는대로 순수하게 살아온 검프.

초등학교 스쿨버스에서 만나 평생을 좋아해온 제니

그녀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떠돌이 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한채 고향에 돌아와 있었다.


검프는 진지하게 청혼을 했지만 그녀는 답변이 없었는데...

그날 밤 남녀 간의 깊은 사랑을 남긴 채 새벽 떠나갔다. 

스튜핏!

바보! 

멍청이!

모자란 그였지만 결국 그도 사람인 것을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검프는 결국 모자를 천천히 쓰며 달려 나간다.

동네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서......

끝도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이 그냥 달렸다.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w8LMfVMAPLs"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https://youtu.be/QgnJ8GpsBG8



- 팝 명곡과 함께 미국 대륙의 들판과 교량과 도로를 팝 명곡이 흐른다.

 긴 머리와 수염. 그 장쾌한 풍경속을 달리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동영상 길지 않으니 꼭 감상하시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무 이유 없이 달렸다. 

아마도 그에겐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냥 달린다는 설정.. 그것은.

불혹이 되어 마라톤을 하게 된 지금의 눈으로 보니 경이로움이다.  


초인적 울트라 마라톤으로 대륙 횡단을 달리는 검프는 시간이 흘러 머리가 자랐고, 수염도 길어졌다. 

이쯤 되면 고행하는 성자로 보인다.

당연하겠지만 어떤 러닝 용품도 갖추지도 않았다.

제니에게 선물 받았던 나이키, 이제는 낡아진 빨간 모자와 셔츠 차림이다.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검프.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왜 뛰냐고 물었다. 

국제평화를 위해서? 집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등등

대답은 놀랍게도

 "그냥 뛰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그가 아무 이유 없이 뛰는 것을 믿지 않았다.  



성자(?)를 따르는 무리들



(자세히 보면 모자는 군 동기 부바 이름을 딴 새우회사 마크다. 부바는 베트남에서 전사했다) 


그는 3년 2개월을 하고 14일 16시간을 그렇게 달렸다. 

아무 이유 없이 시작한 것처럼 멈춘 이유도 특별한 건 없다. 


그냥 피곤해서 집에 가야겠단다. 


이 드라마는 어떤 바보의 달리기 이야기만으로 끝낼게 아니다. 

사실 장거리 달리기는 해본 사람만 아는 원초적 자극이 있다.

아마도 감독은 러닝을 깊게 아는 사람이 확실하다.  

감독의 깊이만큼은 알 수 없지만 장거리를 달리면 확실히 머릿속 찌꺼기가 청소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 찌꺼기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잔상'인데 그 두 가지가 찰떡궁합이 될수록 침전은 깊어졌다.

러닝은 분명 몸에 좋은 운동이지만 일정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명상이며 정신수련인 것이다.

검프가 이 사실을 알고 정신수양을 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똑똑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바보는  스스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는 것이다.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 똑똑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순수성의 메시지

달리는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또 새로운 영화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40대 중반 아저씨 동네 달린 감상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