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창한오후 May 15. 2023

만 50세로 등극~!!

2023년 5월 13일 ~ 15일 이야기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만 49세 마지막 날. 날씨 맑음. 


49세 마지막 날이지만 그리 큰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집에 있자니 무의미하게 시간 가는 거 같아 

생수 하나 들고 소래산 출발~!

집부터 천천히 음미하듯 걸어 대략 3km에 입구를 만난다.

괜히 긴바지를 입고 왔다는 생각이 살짝 드는 더위가 느껴질 때 산중턱 산 쓰장(?)

참새 방앗간 못 지나가지.. 평행봉 두어 번 흔들어 주며 쉰 다음. 

고려시대 선각 마애상에 올라 삼배를 올린다. 

뭐 딱히 불자도 아닌데.. 

선조들 거룩한 손길이 아름다워서 

또, 가족 안녕을 빌고 그동안 숨 쉬고 살아온 내가 신기해서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땀에 젖은 모자와 생수 밸트를 벗고 깊이 천천히 

이마가 닿는 데크에는 땀이 묻었다.    


그다음 정상에서 맞이하는 소래산 비석을 흘깃 본 뒤 넓게 펼쳐진 소래평야와 멀리 인천바다를 바라봤다. 

남자 산행이 다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과 감탄 없이. 그리고 계란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아직 집에 가긴 아쉬운데...'


산아래 시장 옆. 새로 생겼다는 미즈노 매장에 구경삼아 들린다. 

불매 영향도 있고 그동안 나이키 러닝화가 좋아졌기에 미즈노는 먼 느낌이다.

뭐 딱히 살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매장에서 러닝화를 살피던 중 내가 여기 개시 손님? 

아주 친절한 중장년에 사모님 응대와 청년에 신겨주는 서비스는 그냥 단순하지 않았다. 


웨이브 라이더26. 14.9만

그전에 신었던 신발은 아마 웨이브 라이더 15쯤 된 기억이 난다. 

계획 없던 돈을 쓴 나는 스스로 이게 맞는 것인가 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매장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결론이다. 

다행히

신발은 멋졌고, 발에 잘 감긴다. 

잘 사긴 했다.. 살 때도 지났었고..


저녁을 맞이..

팔순에 장모님이 생일상을 준비해 주셨다. 

난 내 생일에 의미를 두지 않고 살기에 생각도 못한 진수성찬이다.

매우 감사하고 감사한 우리 장모님. 

이런 요리는 어디서 사 먹을 수 없는 정통 호남식 백반. 

엄청나게 큰 도미구이는 분에 넘치는 생일상으로 기억에 남겨뒀다.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만으로 꽉 채운 오십되는 날.


우리 사랑하는 둘째 한중이는 항상 기대 이상에 기특함이 있는 녀석이다. 

그동안 쿠우쿠우 아르바이트로 번 돈 첫 급여는 할머니 내의를 사드렸고

나와 제 엄마한테도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주말 알바를 몇 번 더 한 돈과 

제 형 견우의 용돈 모은 것과 합쳐 가족 외식을 준비한 것. 


자식이 준비한 처음으로 생일 외식은 참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요새 고깃집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하지 말라고 손사래 치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그러는 것도 좋은 영향이 없을 듯싶었고

감사하게 잘 먹는 게 행복을 나누는 방향이라 여기고 함께 했다. 

기분이 좋기도 미묘하기도 

언제까지 품 안에 자식으로만 생각했던 녀석들이 

또 언제 커서 이런 생각을 다하나 싶은 미묘함이다. 

물론 이 식사는 내 생일만 위한 것은 아니고, 집사람 5/6, 어버이날 5/8  

겸사겸사겠지만 말이다. 

감사한 마음 가득 오십 살 기념일로 남을 것이다.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만 오십 살 첫날.  아침 다섯 시 반.

같이 운동하는 열명에 멋진 멤버들과 함께 오른 소래산. 




아침에 오르는 산은 상쾌함이 남다르다. 

소래산 정상에는 힘들게 지고 올라온 냉커피와 삶은 계란. 

넓게 보이는 날씨 좋은 풍경과 함께한 시간은 1시간 넘짓동안 

오르며 내리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 

흘리는 땀방울로 나는 

만 오십 살 이후 첫날을 맞이하는 행운으로 시작이다. 


생각나는 범위에서 

오십 살 넘었던 우리 가족 중에 내가 가장 건강하지 싶다. 

딱히 아픈데도 없고 이만하면 동갑친구들 중 몸 상태는 특은 못되어도 A급은 아니겠나!


이제부터는 운동도 좋지만 정신적으로 아주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스스로를 아끼는 멋진 영감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쫓기지 말고 인내하고 여유를 즐기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다시 소래산에 갈 때면 마애불에 머리 맞대고 기원하련다.  

꼰대 같은 소리 좀 그만하게 해달라고 말이지...ㅋ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애기 다 컸는데 아직도 여운이 남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