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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Jun 27. 2016

서울둘레길 8코스 그러나, 북한산 둘레길 북쪽으로...

잘못 간 길. 거기에 새로운 길이 있었다.

작년 서울 둘레길 1코스 시작할 때 여러 개 챙겼던 안내지도는 다 나눠주고 정작 지도가 없습니다. 

서울 둘레길 마지막 8코스 도전했지만 결국 북한산 둘레길로 돌다 왔어요. (총 27km 5시간 30분 소요)



[출발_아침 8:30] 


서울둘레길 표기~! 너 참 오랬만다.

작년 11월 7코스는 점심 무렵 출발한 이유로 완주 전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불과 2km 남은 거리를 포기하고 선일 e비즈스고등학교로 내려오고 말았지. 

그래서 오늘은 7코스 마지막 도장을 받는 은평 환경플랜트 뒷길에서 출발한다. (연신내역에서 버스 3 정거장)



오늘 유독 깨끗한 하늘이 너무 좋다







여기까지 아파트 사잇길로 있는 작은 천변을 달려왔다. 

8코스 출발지점 선림사.. 여기까지 2.5km 







도장을 찍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8코스 시작.. 



서울 둘레길 이정표와 리본을 보면서 숲길을 달려가는데 다음 표기를 만나지 못했다.  


말티스와 산책 나온 아가씨가 알려준 방향은 내리막인데 이 길도 아니다.  

'아주 예쁘게 잘못 가르쳐줬군...' 

음.. 오르막으로 돌아가던 중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났다.

"아 제가 길을 잘못 알려드렸나 봐요 도로로 보면 저쪽이 맞아요 "

왜 진관사로 가면 서울 둘레길과 만난다고 생각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거기서 길을 놓친 거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혼자 가는 이 길 하늘은 참 푸르르다.  


터널 수준의 생태다리 밑.


왼편 건물은 하나고등학교. 하나은행에서 이명박 정부 때 허가받아 만들어진 자립형 사립고.

여기 문제가 많았던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멀리 산 모습은 기가 막히다. 


가시거리가 좋았던 이 날. 

 

진관사에 오면 둘레길 표기를 찾을 수 있을까?



진관사. 

그 옆에 있는 산악구조대 컨테이너 사무실에 길을 물었다. 

제복을 입은 아저씨 밖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저기 화장실 옆 길로 가면 돼요."

"아! 그런데 북한산 둘레길 아닌가요? 전 서울둘레길을 찾는 건데요"

"어차피 길은 같이 안내하니까 상관없어요"

이쪽을 많이 다니셨을듯한 구릿빛 얼굴의 구조요원 말씀은 진리일 테다.  


이제부터 북한산 둘레길 표기만 나온다. 왜 그땐 서울 둘레길 표기가 하나도 없던 것을 주목하지 않았던가! 

하늘은 이쁘고 난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은 기억 못할 여러 상념에 빠져 걷고 달린 게지. 





문득 도장 찍는 곳이 나올 때가 지났는데 싶은 마음에.. 배낭에서 폰을 꺼내 켜둔 러닝 어플을 보니 한참을 왔구나..

다시 돌아가야 하나 갑갑증이 밀고 올라오는데 왔던 길을 돌아간다는 것?

맹구가 말했다 리바이벌은 정말 싫다고...  나와의 급 협의.

'그냥 둘레길만 완주하자' 하니 마음이 편히 먹어진다. 




[11:36]

세 시간이 지났다. 

집에서 준비한 보리차 두병이 떨어져 갈 무렵 편의점에 생수 하나 사며 앉았다. 

평소 콜라를 잘 먹지 않던 콜라..  땀 한말 쏟아내고 마신 시원한 맛이 끝내준다.  






아까부터 보였던 산이 북한산이었군.. 산줄기가 대단하더만 역시~ 굿굿굿





풍경이 열리는 이런 곳을 혼자 보기 정말 아깝다.

숲 속은 무더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시원했고,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촉촉한 풀내음과는 또 다른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 들녘 냄새가 연상되는 향기가 온다.

가끔 뭉클 맡아지는 소나무는 진한 먹향도 좋고. 


아침에 출발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20km만 예상했는데

점점 한 번에 완주하고픈 욕심이 작동한다.. 

그런데 혼자 순례길은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문득 내 친구 라이프 윤은 어떻게 이런 길을 20일 동안 1000km를 지나왔는지.. 



아무리 가도 길이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 걸까? 하지만 지나온 길에서 놓칠만한 곳이 없었는데...



숲을 구비구비 돌아쳐 갑자기 뻥 뚫린 이곳에 문득 맞닥렸는데 나도 모르게 우와~!!!!  







경치는 경치고 

허기가 밀려온다. 


연신내 역에서 산 송편. 

점심으로 여섯 개 먹고 남은 두 개를 입에 털어 넣었다. 

물도 떨어지고, 힘도 떨어지고... 

이쯤 했으면 됐다. 하산하자.


한참을 내려오니 북한산 둘레길 안골 코스가 나온다. 

나중에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인증 사진만 남긴 채 그렇게 도시로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길이 낯익다.

차로 많이 다녔던 외곽순환도로 의정부 호원 IC.

하지만 여기서 버스를 타는 것은 처음.




[13:53]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 20분... 

아침 6시경 집에서 출발했고... 

길에서 다섯 시간 반을 순례했는데.


천천히 찾아보니 꽈당.

서울 둘레길이 아닌 곳을 걸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대장정. 서울둘레길 157km를 끝내기 위해서는 

8코스 다시 도전하는 수밖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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