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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Jul 01. 2015

글 안 쓰는 인간의 흔한 변명

#잡담

브런치라는 블로그 플랫폼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아직 나는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헤매고 있다.  내가 브런치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그럴 시간에 새로운 글을 쓸 고민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알잖아요, 쓸 데 없는 짓이 더 재밌다는 것을...)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아봤다.


1 카테고리, 없다

개인 블로그에는 이런저런 온갖 잡스러운 글을 올리면서 글보다 카테고리가 많은 모양새를 유지하곤 했는데 브런치는 카테고리가 없다보니 프로필 설명에 올려놓은 아이덴티티에 맞는 (일관성 있는) 글을 써야 겠다는 압박감이 있다. 잡담을 올리기가 부담스럽달까. 어떻게 보면 브런치 자체가 거대한 팀블로그이고 '작가'들이 카테고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베스킨라빈스의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이 커다란 통에 섞여 있는 것 같지 않을까. 

게다가 나란 인간이 분류, 목차, 전체적인 그림, 목표 없이는 아예 시작을 못하는 습관이 있어서 더 힘든 게 아닐까. (누군가는 이걸 병이라고 했다. 흥-)


그래서 오늘부터는 나만의 분류 체계를 살짝 가미하여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일단 #미란다처럼 #책덕 #잡담 이렇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누어서 올려볼까 한다.  


2. 실시간이야

또 나란 인간의 특성을 언급하게 되는데. 보기 보다(?) 아날로그한(다시 말해 구식) 면모가 있어서 글을 쓸 때도 묵히고 묵혔다가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이런 걸 완벽주의라고 포장하곤 하지만 그냥 남들 평가가 무서워서 조금이라도 헛점을 가려볼까 해서 느려지는 것이라고 자체적으로는 판단하고 있다. 우쨌든, 그래서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는 SNS라든가 덧글은, 뭐랄까, 조금 무섭다.

특히나 브런치는 다른 공간보다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는 특징도 있다. 내가 무슨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글 하나가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독자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글쓰기 책을 몇 권 읽어보면 글을 처음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퇴고 과정이라고 언급하는 책이 많다. 초고를 쓴 후 많게는 수십 번까지 퇴고를 하는 작가도 많다. 내가 쓰는 글이 정보성 글도 아니고 문학도 아니다 보니(그럼 대체 뭔 글이지?) 대부분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인데 한 바닥 정도 쓸 주제를 정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많이 든다. (변명이 점점 구질구질해지고 있다.) 퇴고하지 않고 글을 공개하는 것은 왠지 찝찝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자꾸 지우고 싶어진다. (그래서 한 번은 발행했던 글을 내린 적이 있다.) 


결정적으로, 미란다의 유쾌한 에너지를 글 속에서 빵빵 터뜨려줘야 하는데 그 분위기 궤도에 오르는 타이밍이 항상 찾아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글을 쓰려거든 몰입하는 힘을 길러야 하거늘... 


쓰다 보니 머릿속에서 결론은 '내가 열심히 해야지...'로 정리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태세 전환을 위한 글(=변명)을 올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듯하다. 조금 더 마음의 빗장을 풀고 쓰다 보면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휘리릭~ 하고 글을 쓰는 마법사가 될 수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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