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무장애, 차별 없는... 어떤 표현으로든 다가갈 수 있도록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동쪽에는 사려니숲이 있는데요. 한라산 둘레길과 연결된 굉장히 거대한 숲이라고 해요. 제주에 갈 때마다 가곤 하는데, 어디로 진입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더라구요. 이번 여행 때는 붉은오름 바로 아래에 있는 쪽으로 들어갔어요.
위 사진처럼 키 큰 삼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기분 좋게 서늘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삼나무가 빼곡한 사이로 삼나무 향을 맡으며 걸으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이 산책로가 꽤 긴데, 길이 전부 나무 데크로 연결이 되어 있었어요.
이렇게 돌아가는 길도 평평하게 되어 있었는데요. 설명을 보니 '무장애 나눔길'로 조성을 해놓은 것이더라구요.
무장애 나눔길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층이 길을 따라 산림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을 말합니다."라고 하네요.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조성되었다네요? 오늘 로또를 사야 하나? ㅎㅎ)
무장애, 배리어프리라는 말을 번역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걷다 보면 숲 속 책장도 만날 수 있는 사려니 숲 길, 제주 여행 가신다면 한번 가보세요.
로스트 보이스 가이 미팅을 잡을 때 번역가분들과 다 같이 밥 먹기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바쁜 사람들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도 있지만 제가 있는 홍대 번화가에서 문턱 없이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식당만 계단 없고, 문턱이 없으면 되는 게 아니라 식당으로 가는 길도 험난하지 않아야 해서요. 지난 번 모임 때는 다행히 제가 있는 홍대 플랫폼피 아주 가까운 곳에 문턱 없는 족발집이 있어서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이와 관련해서 '차별 없는 가게' 프로젝트는 문턱의 정의를 더욱 넓혀가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인터뷰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해 봅니다.
https://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861995370
'접근성이 확보된 가게'라고 했을 때, '접근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중요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게 흔히 '배리어프리'라고 불리는 물리적인 접근성만은 아니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문턱이 어디에나 있는 상태, 그런 '보이지 않는 문턱'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가 중요했죠. 예를 들어 우리에게 '물리적인 접근성'이라는 말은 휠체어나 유아차가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문턱만을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점자나 음성이 없다는 사실이 문턱이되죠. 농인에게는 수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 문자 통역이 없다는 것이 문턱이 되고요. 노키즈존처럼 아예 물리적인 접근성 자체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죠.
- 인터뷰 중에서
<로스트 보이스 가이>에서 리 리들리도 공연을 다니며 접한 공연장과 숙소의 '접근성'에 얽힌 사연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데요. 이런 고민들은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했던 것을 풀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 업데이트 때 또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여러분이 좋아하는 '문턱 없는 공간'을 추천해주셔도 좋겠어요. 저희가 미팅 때 갔던 족발집은 '탐탐오향족발'이랍니다. 사장님이 문턱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휠체어를 보자 마자 문을 활짝 열어서 반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맛도 좋았습니다. 홍대 근처에서 족발이 생각나신다면 방문해 보세요.
지도 앱에 검색하면 사려니 입구만 여러 개라서 자세한 위치를 공유해 봅니다. 네이버 지도앱에서는 '한라산둘레길(사려니숲길)입구'로 나오고 카카오맵에서는 '한라산둘레길 사려니숲길'로 나오네요. 3글자주소로는 '///우정.들리는/경험했다'로 찾으면 정확합니다.
"일단 한번 보시라니깐요~�"
300% 달성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