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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Sep 16. 2022

문턱 없는 곳에서 만나요

배리어프리, 무장애, 차별 없는... 어떤 표현으로든 다가갈 수 있도록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동쪽에는 사려니숲이 있는데요. 한라산 둘레길과 연결된 굉장히 거대한 숲이라고 해요. 제주에 갈 때마다 가곤 하는데, 어디로 진입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더라구요. 이번 여행 때는 붉은오름 바로 아래에 있는 쪽으로 들어갔어요. 



위 사진처럼 키 큰 삼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기분 좋게 서늘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삼나무가 빼곡한 사이로 삼나무 향을 맡으며 걸으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이 산책로가 꽤 긴데, 길이 전부 나무 데크로 연결이 되어 있었어요. 



이렇게 돌아가는 길도 평평하게 되어 있었는데요. 설명을 보니 '무장애 나눔길'로 조성을 해놓은 것이더라구요.



무장애 나눔길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층이 길을 따라 산림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을 말합니다."라고 하네요.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조성되었다네요? 오늘 로또를 사야 하나? ㅎㅎ) 


무장애, 배리어프리라는 말을 번역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걷다 보면 숲 속 책장도 만날 수 있는 사려니 숲 길, 제주 여행 가신다면 한번 가보세요.



로스트 보이스 가이 미팅을 잡을 때 번역가분들과 다 같이 밥 먹기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바쁜 사람들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도 있지만 제가 있는 홍대 번화가에서 문턱 없이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식당만 계단 없고, 문턱이 없으면 되는 게 아니라 식당으로 가는 길도 험난하지 않아야 해서요. 지난 번 모임 때는 다행히 제가 있는 홍대 플랫폼피 아주 가까운 곳에 문턱 없는 족발집이 있어서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이와 관련해서 '차별 없는 가게' 프로젝트는 문턱의 정의를 더욱 넓혀가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인터뷰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해 봅니다. 


https://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861995370


'접근성이 확보된 가게'라고 했을 때, '접근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중요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게 흔히 '배리어프리'라고 불리는 물리적인 접근성만은 아니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문턱이 어디에나 있는 상태, 그런 '보이지 않는 문턱'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가 중요했죠. 예를 들어 우리에게 '물리적인 접근성'이라는 말은 휠체어나 유아차가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문턱만을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점자나 음성이 없다는 사실이 문턱이되죠. 농인에게는 수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 문자 통역이 없다는 것이 문턱이 되고요. 노키즈존처럼 아예 물리적인 접근성 자체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죠. 
- 인터뷰 중에서 


<로스트 보이스 가이>에서 리 리들리도 공연을 다니며 접한 공연장과 숙소의 '접근성'에 얽힌 사연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데요. 이런 고민들은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했던 것을 풀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 업데이트 때 또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여러분이 좋아하는 '문턱 없는 공간'을 추천해주셔도 좋겠어요. 저희가 미팅 때 갔던 족발집은 '탐탐오향족발'이랍니다. 사장님이 문턱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휠체어를 보자 마자 문을 활짝 열어서 반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맛도 좋았습니다. 홍대 근처에서 족발이 생각나신다면 방문해 보세요. 




※ 사려니숲길 무장애 나눔길 찾아가기

지도 앱에 검색하면 사려니 입구만 여러 개라서 자세한 위치를 공유해 봅니다. 네이버 지도앱에서는 '한라산둘레길(사려니숲길)입구'로 나오고 카카오맵에서는 '한라산둘레길 사려니숲길'로 나오네요. 3글자주소로는 '///우정.들리는/경험했다'로 찾으면 정확합니다.

왼쪽 네이버 지도, 오른쪽 카카오맵




<로스트 보이스 가이> 텀블벅 D-14 절찬리 펀딩 중

"일단 한번 보시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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