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로스트 보이스 가이', 아니고 '로스트 아이즈 가이' 이야기
오늘은 <로스트 보이스 가이>를 기획하고 책덕과 함께 열심히 책을 만들고 있는 피아바나나의 이야기를 전달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로스트 보이스 가이' 번역 프로젝트를 책덕과 함께하고 있고, 기획/감수를 담당하고 있는 피아바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김헌용 님과의 부산 나들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지난 8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고, 바다 구경도 할 겸 추석 연휴에 특별한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났어요.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아름다운 부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광안리 해변에서부터 이기대까지 부산 갈맷길을 걸었는데요, 시각 장애가 있는 헌용은 보통은 달릴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광안리 해변가에 드넓은 산책로가 펼쳐져서 바닷가를 따라 질주 본능을 실컷 발휘했어요!
(사진 설명) 폭이 4m 정도 되는 우레탄 산책로(광안리 갈맷길)에서 흰 지팡이를 들고 혼자 유유히 걸어가는 헌용의 모습. 뒤로는 부산 바다와 광안대교, 멀리는 해운대 마린시티까지 보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다보니 오륙도 스카이워크에 다다랐어요. 유리 바닥 아래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에서는 '지팡이 소지 금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위기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죠.
(사진 설명) 오륙도 스카이워크 입구 이용안내 표지판. 여러가지 경고 문구 중 '지팡이, 우산, 셀카봉 소지 금지'가 보이고 옆에는 헌용이 흰 지팡이를 들고 서 있음.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관리인 아저씨께서 헌용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쏘쿨한 부산 말씨로 “가! 장애인인데 그럼 어떡해” 하시며 통과시켜주셔서 위기를 모면! ㅋㅋㅋ
(사진 설명) 넘실대는 파도가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워크 강화 유리 위에서 잔뜩 쫄아서 조심조심 걷는 모습.
"헌용, 왜 보이지도 않으면서 고소공포증을 느끼니??ㅎㅎ"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부산 영도의 절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태종대. 날이 많이 어두워졌을 때라 풍경이 잘 안 보여 아쉬웠는데, 태종대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안내문이 이렇게 친절하게 점자로 되어 있어서 안 보고도 다 본 느낌이었어요~
만성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저희 둘 모두 시원한 파도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부산 거리를 한없이 걸어다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멤버들의 소소한 추억들을 또 나누겠습니다 :)
"장애 개그라니, 이 책 읽고 웃어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