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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리 Sep 14. 2017

번역을 책으로 배웠어요

조금씩, 꾸준히, 티도 안 나게, 그래도 계속

번역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쏟았던 시간을 정리해보았다. 영어 실력도 한참 부족하고 영미권에 가본 적도 없었으며 전공은 쌩뚱맞게 멀티미디어 공학이었던 내가 지금 번역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되돌아보니 꽤 많은 시도(작심삼일)와 삽질이 있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다시 되돌아보니 과거의 나에게 자극을 받는 것 같다.

 

독학이 편해서 대부분 온라인 스터디나 책을 읽는 것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그때 어디에서 '대학 안 가고 전공 공부를 하려면 관련 책 100권을 읽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마침 뭐든 책으로 배우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였다. 책은 뭔가를 배우기 위한 수단 중에 가성비가 가장 좋다. 만원 안팍의 가격에 한 사람의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집약되어 있고 무한복습도 가능하다.


2009년 11월에 쓰던 블로그에, 야심차게도 '통번역관련 책 100권 이상 읽기'라는 목표를 올렸었는데... (하하하, 100권도 아니고 100권 '이상'이라니, 8년 전의 나, 정말 야심차도다!)



아래는 번역, 편집 등과 관련된 책장인데, 안 읽은 것도 있다. 헤헷-




1. <번역의 탄생> 스터디

번역가 지망생 사이에서 스테디셀러인 <번역의 탄생>의 내용을 매주 장별로 요약 정리를 했었다. (참고) 처음 번역을 시작할 때 헷갈리거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지금까지 번역을 하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매우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좋을 만한 번역에 대한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직역과 의역을 '들이밀까 길들일까'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번역이라는 것이 직역과 의역 두 가지 영역으로 딱 잘라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스터디

한국어 문법을 정확히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공부했던 책. '은'과 '이'의 차이라든가 '에'와 '에서'의 차이 같이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 책. 역시 읽어보면서 장별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나 인상적인 부분을 요약 정리해서 올렸다. (참고)

이렇게 스터디를 했어도 여전히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여러 번 읽어야 할 것 같다.



3. <우리말 문장 바로 쓰기 노트> 스터디

두 번째 '노트'! 어색한 문장이나 자주 잘못 쓰는 문장을 조금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한국어 문장으로 다듬을 수 있도록 훈련을 할 수 있었던 책. 역시 내용을 읽고 정리하는 스터디였다. (참고)




4. <논증의 탄생> 스터디

이 스터디에 참여한 게 어쩌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 매우 취약했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스터디다. (번역의 탄생과 논증의 탄생은 정말 내 번역 실력에 크은~ 도움이 된 책) 특히 매우 논리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영어를 해석할 때 꼭 필요한 논증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참고) 이때가 번역 공부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음.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멤버들이 모두 열혈! 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특히 나중에 번역은 결국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때의 공부(직접 논증을 써보는 경험)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5. 소설 발췌 번역 스터디

로알드 달의 <보이(boy)>라는 책의 일부분을 번역해서 다른 스터디 멤버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고) 틀리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나의 나쁜 버릇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잘하는 분들과 비교되어 기가 죽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바닥의 번역을 쭉 해보는 게 번역 근육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6. 실용 글 & 기사 발췌 번역 스터디

주간번역가 카페, 2007년에 가입해 탱자탱자 놀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했다

카페 회원분께서 번역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웹페이지를 개발하셔서 거기에서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네. 이때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번역할 수 있었다. 팬케이크 조리법, 경제 기사, 스티브 잡스의 졸업 연설 등. 소설이나 에세이와는 다르게 숫자, 단위, 인명, 지명 등을 정확히, 일관성 있게 옮겨야 하는 것이 많아서 그 부분을 보완했던 것 같다.   


7. BBC 6분 영어

http://www.bbc.co.uk/learningenglish/english/features/6-minute-english

카페 공부방에서 추천 받았던 사이트 같은데, BBC 러닝 잉글리시(Learning English) 사이트를 가보면 좋은 영어 공부 프로그램이 많다. 영어를 배우려는데 영어의 압박이 먼저 느껴지지만. 그중에서도 6 Minute English(6분 영어)에는 6분 분량의 콘텐츠가 가득!하고, 스크립트와 영어 뜻도 올라와 있고(뜻풀이가 영어지만...) 오디오 파일 PDF 파일까지 다운로드 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다시 찾아보니 내가 했던 것은 영어 뉴스. 보통 2분 정도라서 정말 부담없이 매일 훈련하듯이 할 수 있다.


http://www.bbc.co.uk/learningenglish/english/features/witn/ep-150909


그 당시 공부했던 방법을 기억해보니...


1. 하루에 하나씩 콘텐츠를 선택한다.
2. 듣기만 5번 정도 하면서 대충 어떤 내용일지 유추한다.
3. 받아쓰기를 해도 되고 바로 스크립트를 보면서 번역을 한다.
4. 단어도 살펴보고 하면서 매끄럽게 다시 번역.


뭐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다. 들으면서 쓰면서 번역도 할 수 있어서 꽤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었던 것 같다. 꼭 번역이 아니더라도 영어 공부 중급자 정도(초급은 넘었는데 뭔가 더 발전하고 싶은 상태일 때)에게 추천하는 방법.


그외에도 <실전! 영어 번역의 기술>은 아주 실전적인 예제 위주로 되어 있는 책이라 번역해보면서 스터디하기에 좋았고, <번역은 글쓰기다>는 독해와 번역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 부분에 직접 번역해볼 수 있는 예제도 있다.



<번역을 위한 우리말 공부>는 번역 연습을 좀 하다가 이 책을 보고 첨삭을 하면 표현 실력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참,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깊이 있게 독서를 하는 방법(정말 기-잎-이)을 알려주는 책인데, 쫌 빡쎄긴 하지만 참고해서 번역할 텍스트를 분석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모든 책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읽긴 어렵지만 번역은 일단 원문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잘 읽는 기술'도 필요한 것 같다.



읽기-독해-번역-우리말 공부-글쓰기 / 이렇게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는 것이 번역가의 숙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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