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팟캐스트 녹음기
벌써 네 번째 녹음을 맞이한 예술방면활동가들 팟캐스트는 월요일에 녹음을 했다. 목소리가 약간 피곤해 보일 수 있는데 다들 살짝 졸린 상태였다. 아침 10시부터 파주 심학산에서 숲 해설을 들으며 산책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숲해설 전문가(=코작가 아버님)께서 우리만을 위한 숲해설을 해주셨다. 그저 스쳐지나가던 식물들의 이름과 각자의 생존방식을 들으니 새삼 얼마나 한정된 생명체 속에서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루페(확대경)도 하나씩 준비해주셔서 삼각형으로 생긴 솔입도 눈으로 보고 나무 껍질의 무늬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보다 훨씬 지구에 오랫동안 살아온 식물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듣다보니 아득히 쌓여온 지구의 시간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낙엽이 가득한 숲속에 앉아 오카리나 연주도 듣고, 낙엽으로 물들인 손수건도 만들고, 맛있는 밥까지 먹었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알찬 하루라니, 이번 주는 놀아도 되겠다.)
이번 주부터는 예술 방면 활동가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이번 주 주제는 '프리랜서의 빛과 어둠'. 인트로에 들어가는 인용구는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지적자본론>에 등장하는 밥 딜런이 했다는 말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 밥 딜런 (<지적자본론>에서 재인용)
이 책에서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말을 인용했는데,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본인이 생각하는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그만둘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내가 처음 '자유 일꾼'이라는 직함을 만들었을 때 생각했던 자유와도 같았다.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하지 않고 사는 삶'을 소망했던 기억이 있다. 나를 속이고 얼르고 달래며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꾸역꾸역 하루를 채우는 일은, 영혼을 갉아먹히는 느낌이었다.
프리랜서의 삶에도 애환이 많지만 나에게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넷은 직업적 특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평일에 모여앉아 팟캐스트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 아닐까 싶다. 평일의 옵션이 있다는 것.
그리고 분야마다 바쁜 시기가 달라서 그런 얘기도 나누었다. 공연을 주로 하는 림쥬와 그레이스는 연말과 주말이 바쁜 편이다. 그림 그리는 코작가는 축제나 행사가 많은 봄, 가을에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민트리는 딱히 계절을 타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출판도 연말에 제작이 몰리기 때문에 바쁠 수 있지만 제멋대로 출간일을 정하는 민트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레이스의 '스트라이킹'
즉흥연주의 거장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레이스가 어릴 때 정석적인 클래식 피아노만 치다가 재즈와 즉흥연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칙 코리아의 음악이었다고 한다. 뭔가 불규칙 속에 규칙이 느껴지는 내공 깊은 즉흥연주에 대해 알고 나니 음악의 깊이에 대해 새삼 경외심이 들었다.
불현듯 오래 전에 보았던 <ECM Travels>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한국에 ECM을 소개하는 레이블 담당자이자 '1만 장이 넘는 음반과 함께 살고 있는 음반 수집가이자 류이치 사카모토로부터 “too much music lover”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지독한 음악 애호가'인 류진현 씨가 쓴 책이다.
1969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즈를 담아보고자 했던 젊은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는 자주 다니던 음반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첫 번째 음반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ECM은 소규모로 시작하였지만, 아이허의 열정과 음악적 비전에 마음을 연 여러 아티스트들의 합류로 점차 성장해갔다. 그리고 44년이 지난 지금, ECM은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세계 정상의 레이블로 자리매김했다. 상업적인 추세를 따르기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일념이 이루어낸 놀라운 결과다.
- ECM Travles
ECM 음반은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조금씩 알려져 있다가 2013년,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섬세한 레코딩,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아트워크, 쟁쟁한 뮤지션들이 바로 ECM의 트레이드마크다.
칙 코리아도 ECM에서 <Return to Forever>는 인상적인 음반을 탄생시켰다. 그후 동명의 이름으로 그룹을 만들어 음악을 선보였다. 칙 코리아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는 팟캐스트를 참고하자. (아니면 책을 보자.)
칙 코리아는 이름에 코리아(Corea)가 들어가서 한국에 공연을 올 때마다 '나의 나라에 와서 기쁘다'는 유쾌한 농담을 던진다고 한다. 라틴의 열정을 가득 담은 피아노 연주라니! 한번 들어보자. (흥겹다!) 뒷부분에 관객들과 노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든다. 뭔가 편안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기분. 정말 음악을 즐기는 거장의 모습이란 이런 걸까.
그레이스가 하는 음악이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보니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어릴 때 영향 받은 아티스트 한 분을 소개받으니 조금 더 그레이스를 알게 된 느낌이다. 아무리 시간을 많이 보내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가족이어도 그렇다. 우리가 안 지 1년, 우리는 조금씩,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 이 글은 민트리만의 생각이므로 '예술 방면 활동가들'를 대변하지 않는답니다. 우린 생각이 다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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