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둘러메고 테니스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복식경기를 하는 어르신들이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낸다.
- 아웃여. 아웃.
- 아웃이여?
- 아웃이랑게.
- 아이고이 씨....
노익장들이 만들어내는 재밌는 소리도 즐거웠고 무림의 고수들이 검을 휘두르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벽치기를 하러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네트 가까이에서 공중에 붕 뜬 공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고수. 방심했던 탓일까? 라켓에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공이 네트로 날아가 맥없이 꽂힌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장수가 망연자실 공을 바라보며, 아이고이 씨....... 한다. 상대편은 참기름을 떠먹었는지 고소한 웃음을 나눈다. 한편이었던 선수가 고개를 떨군 친구에게,
- 급혀! 급혀!
- 긍게. 급혔어.
- 찬스가 보잉게 급혀지지.
두 장수의 이야기를 무심코 듣다가 또 하나의 배움을 챙긴 나는 이렇게 적는다. 우린 가끔 바빠서 서두르기도 하지만 이때다 싶을 때도 급해진다. 낚시꾼이 입질하는 물고기를 인내심으로 기다리 듯 차분함 속에서 기회를 낚아채야 한다. 차분하게 끝까지 공을 바라보고 검을 휘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