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기 수술기

by 김선태

아내가 걱정 90, 기대 10으로 맨트를 나에게 보냈다.


- 또 뭐 헐라고? 멀쩡헌 거 또 못쓰게 헐라고!

- 멀쩡허지 않거든!


난 아내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며 당당히 대꾸했다. 사실 그랬다. 드라이기가 말썽이었다. 스위치가 강풍 위치로로 이동되지 않았다. 그런 드라이기가 아침나절에 아내를 짜증 나게 했다. 난 드라이기를 고쳐볼 요량으로 침대를 박차고 나선 것이었다. 이런 기특한 신랑 뒤통수에 아내가 또 한마디를 쏘았다.


- 그나마 쓸만한 거 아예 망가트리려고!


난 아내의 마지막 구박엔 대꾸하지 않았다. 살짝 구겨진 자존심을 애써 위로하며, 결과로 보여 주리라! 하고 다짐했다. 사실 약간의 걱정도 있었다. 일전에 커피 포트를 고친다고 큰 소리를 뻥뻥 친적이 있다. 물론 결과는 참혹했다. 커피 포트를 분해하고 전기를 꼽는 바람에 장판이 타고 커피포트도 망가진 것이었다. 난 그때의 사고를 기억하며 냉정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 헐!


나사가 너무 깊이 박혀있어서 두꺼운 십자드라이버가 들어가지 않았다. 수술을 해 보지도 못하고 좌절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눈앞에 마땅한 도구가 포착되었고 수술은 시작되었다. 수술이 끝난 후 나름 만족스럽다 생각해 역순으로 수술부위를 덮었다. 난 당당히 아내에게 드라이기를 작동해 보라 건넨 후 아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불만이 완벽히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 여보! 스위치를 누르듯이 밀지 말고 그냥 밑에서부터 쭉 올려봐.

- 여보! 난 당신처럼 힘이 세지 않아!


우린 같은 내용의 대화를 반복적으로 했다. 물론 목소리는 커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엔지니어는 고객 불만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부위를 조심스레 다시 열고 찬찬히 살폈다. 손잡이 깊은 곳에 하얀색 조각이 눈에 띄었다.


- 저거다!


난 얇은 미소를 살짝 흘리며 플라스틱을 제거했고 만족스러운 손놀림으로 수술부위를 덮었다. 난 아내에게 급히 달려가며, 여보! 다시 혀 봐! 하고 말했다. 아내는 두어 번 스위치를 테스트해보더니, 좋아! 완벽해!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아내의 만족스러운 맨트를 뒤로 수술방을 정리했다. 깔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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