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cord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코스모스 - 칼 세이건

by DAWN




나의 작은 취미 중 하나는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며 장바구니를 채워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리뷰 쓴 것들을 읽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그중 예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드디어 주문해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엔 내가 이 두꺼운 과학 서적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주문하는데 까지 망설인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책의 머리말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의 첫 장 제목은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이다. 첫 문장은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로 시작한다. 여기서 말한 “모든 것”은 처음 내 뇌리를 통과할 땐 내가 이제까지 본 것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 내 물건들, 우리 집 고양이가 내뿜는 털, 간식 먹으며 흘리는 귀여운 침 등을 생각했다. ‘본 것만 믿는다’의 연속이라 볼 수 있다.


1장의 제목이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라서 난 이 제목을 그대로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유명한 책이니까 당연히 우주 사진이 뜨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검색한 후 이미지들을 봤는데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말 그대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코스모스 사진이 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난 구글에서 universe라고 검색해 뻔한 우주 사진을 찾는다.


책의 어딘가에서 ‘성간운’이라는 단어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간운은 우주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그 속엔 수소, 나트륨, 칼슘 등이 존재한다. 이 성간운 속에 들어있는 분자들이 결합하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분자를 만들어냈고 분자들이 다시 쪼개지고 결합하면서 진화를 거쳐 우주 빅뱅이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이어져서 지금의 지구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간운이라는 것인데 이 성간운이 우주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이제까지 우주에서 생명체가 발견된 유일한 곳이 지구뿐이라는 점이다. 이 점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이 가진 특별한 점이다.


책의 내용은 나 같은 과학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뒷 장은 어떨지 모르겠다.) 읽으면서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던 담임선생님이자 과학선생님이 가르쳐주시던 내용이 조금씩 생각나기도 했다. 그때 배우던 교과서의 어렴풋한 표지 이미지와 두께, 창문으로 쏟아지던 햇빛, 수업 분위기, 하얀색 커튼, 부드러운 바람 같이 단편적인 기억들도 떠오른다.


우주란 넓은 것. 넓다는 상상을 머릿속에 펼쳐서 끝이 안 보이는 지평선이 계속 이어지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1장을 읽고 나서 내가 상상한 ‘넓다’라는 개념에서 그 크기가 더 커졌고 어둡고 너무나도 광활하여 내 앞에 보이는 별의 거리조차 가늠되지 않는 크기로 내 상상이 확대되었다. 마치 별에 가까워져 손을 뻗어 별을 잡으려 하지만 아무리 다가가도 별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거리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넓디넓은 우주에서 생명이 탄생한 곳이 지구 한 곳뿐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새삼스레 놀라움을 느끼며 1장을 마무리한다.

현재시간 새벽 12:07분인데 창문을 열어놓은 검은 하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코스모스의 소리란 분자의 수만큼 다양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에게 각각 ‘코스’와 ‘모스’로 이름 지어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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