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cord

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by DAWN


원초적인 것과의 거리감이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며칠씩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오지만 정작 아내에겐 카페에 가는 것조차 반대하고 집안의 병들을 벽에 던져 깨부수는 모습들. 이것이 저자가 어렸을 적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런 가정환경 아래에서 계속되는 부모의 고함, 싸움은 에리봉의 의지를 굳히는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피지배 계급층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리봉은 자신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한다. 그것은 결국 "나의 성공은 내가 우리 사이에 놓은 거리에 의해 재어졌다."라고 나타나 있다. (「형제와 보호자」- 존 에드거 와이드먼) 에리봉은 이 구절을 사용한다. 성공하기 위해 가족들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던 그는 '독립'이라는 말 대신 '벗어난다'는 개념을 통해 자신이 속한 노동계급,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고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가족. 즉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도록 만드는 과정, 낯설어지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원초적인 것과의 거리를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것이다.


디디에 에리봉이 책을 쓸 때 단순히 자신의 어릴 적 불우했던 배경, 심리적 원인에 집중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이론을 통해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자기 분석의 내용을 돕고 있다. 이러한 점은 독자들에게도 그 내용의 타당성과 더 정확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에리봉은 '계급 소속감의 부재'라는 말을 쓰는데 이성애자가 스스로 백인이나 이성애자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즉 지배자들은 그들이 특정한 세계 안에 위치 지어져 있다는 것을 지각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에리봉이 부르주아 계급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저자에게 건네는 말, 문화적 배경 지식,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저자는 매 순간순간마다 자신과 그들의과의 거리감과 속으로는 놀라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에리봉은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의 두 가지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계급적 차이, 생활방식과 그러한 계급이 주는 사회적 기회까지도 분석하여 에리봉은 이 책에 녹여놓았다.


에리봉이 왜 이런 에피소드를 이 부분에 넣어서 설명했을까. 에리봉의 어릴 적 불우한 배경과 정치적 상황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작용했으며, 지배계급층 사이에서 자신의 배경을 숨기며 살았던 이야기를 통해 뭐를 말하고자 하는지, 그는 정확하고 깔끔하게 설명한다.


에리봉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좌절과 무기력함에 집중하는 대신 자신의 신분상승에 대한 열망, 욕심, 노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당시 에리봉이 얼마나 치열하고 외롭게 살아왔는지, 계급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던 에리봉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늙은 아버지를 "폐허"로 비유하며 그를 증오했다고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서는 왜 사회 세계의 폭력이 자신을 이기도록 내버려 두었는지에 대한 미련과 장례식날 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품고 랭스로 되돌아가면서 끝이 난다.


노동자층으로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 게이로서 겪게 되는 사회적 폭력, 지식인이자 동성애자로서의 성장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에리봉의 냉정하고 깔끔한 통찰력을 통해 읽고 나서의 개운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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