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가 먼저여야 한다...
지금이 서울 도심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닌가 싶다.
도시의 회색빛이 아름답게 물든 가로수 단풍으로 가려져 버렸다.
비가 온 뒤의 맑은 대기로 인해 더욱 선명한 원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늘은 출근하다가 종합운동장 가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 눈이 멀어 갑자기 핸들을 틀어 도로가에 차를 붙여놓고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도심의 어색한 색깔들과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해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 중 괜찮은 놈을 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오후에는 국회의원회관에 갈 일이 있어 국회로 가게 되었다. 국회는 국민들이 선출한 국민의 대변인들이 가는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데 왠지 건물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 여러 번 지나친 적은 있어도 국회 내로 들어와 보기는 지난 번 국회헌정관에서 있었던 시상식에 이어 두 번째다. 내가 갈 장소는 국회의원회관이란 곳인데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주차할 수 없다며 둔치 주차장으로 가라고 했다. 시간은 임박한데 샛강변까지 가라는 얘기다. 차로야 금방이지만 주차해 놓고 걸어 오니 생각보다 만만찮은 거리였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져 있는 국회주변에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빛깔 때문이었다. 내가 가야할 장소 시간이 다 되어 가긴 해도 또 핸드폰을 들고 국회안팍 거리 풍경을 찍었다. 그리고는 폰 배경화면을 다시 바꿨다.
원래 행사 하기로 예정된 장소가 바뀌는 바람에 다시 한번 국회 전체를 둘러보며 걷게 되었다. 국회를 한 바퀴 거의 다 돌게 되었는데도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오늘 행사는 내가 주인공도 아닐 뿐더러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는 행사이기 때문에 나는 늦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며 국회내 늦가을 풍경을 즐겼다. 국회도서관 앞에서 커피까지 한 잔 뽑아서...
그리고 행사에 잠시 참여했다가 조금 이른 귀가를 하게 되었다. 또, 도심의 낮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비가 온 뒤 깨끗해진 거리에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과 아직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단풍잎들이 어우러져 최고의 서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풍경은 광화문을 지나 창경궁에 이를때는 절정을 이루었다. 운전대가 아니라면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르고 싶은 강한 충동을 참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그 때 셔터를 눌렀더라면 다시 배경사진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찍은 배경 사진을 보면서 어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분이 지난 주말 산에 갔다 찍은 불타는 단풍이 가득한 화려한 사진을 자랑했던 생각을 했다.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고 한다. 내가 봐도 정말 일부러 색칠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 풍경사진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예쁜 것 같다. 그래서 서로들 어디 어느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자랑을 한다. 페이스북에 들어 가 보면 더욱 더 아름답다 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한 가을 풍경사진이 즐비하다. 그렇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가본 장소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장소에서 느꼈을 감흥을 내가 알 수는 없다. 그냥 예쁜 사진일 뿐이다. 그래서 그 사진을 내 핸드폰 배경화면에 두고 싶은 생각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보고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소 못하더라도 내가 찍은 사진이 좋다. 내가 직접 격고 내가 직접 밟아보고 흐트러지는 낙엽을 맞으며 그 낙엽이 풍기는 냄새까지 ...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이라야 내 사진이고 그렇게 해서 나온 사진은 비록 최고의 장소에서 찍은 단풍 사진은 아니지만 내 배경화면에 넣어서 핸드폰을 볼 때 마다 그 순간을 느끼면서 즐긴다.
내가 쓴 책 '주인공빅뱅'의 도입부분에 인용했던 혜민스님 말씀이 다시 생각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진을 찍었더라도 내가 잘 나와야 의미있는 사진이라고... 내가 제대로 안나온 사진이면 그냥 슬그머니 삭제해 버린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찍은 연예인 사진도 잠시 부러울 뿐이지 내게는 별 의미 없는 사진이다. 이렇듯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상대중심(you centered) 사고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남의 중병보다도 나의 감기가 더 큰 병으로 여기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중심도 내가 먼저여야 한다. 내가 반듯이 설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반듯하게 인식하고 반듯하게 대할 수 있다. 내가 중심이 잡히지 않은채 남 위주로 행동한다는 것은 남을 의식하는 삶이지 나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 위주의 삶을 계속 살면 상대 역시도 잠깐은 나를 고마와하고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겠지만 그 상황이 오래갈 수 없다. 상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개 되면서 권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것이 먼저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상대 중심으로 행동해도 존중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여야 한다. 단풍사진도 내 것이 좋은 것처럼... 그렇지만 나의 의식이 성장하게 되면 남의 예쁜 사진을 인정해 줄 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