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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n 26. 2017

책을 읽으면 성장이 되나요?

그럴 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는 늘 책과 가까이 하시는데 왜 그럴까요?"


나는 '주인공 빅뱅'란 책에서 누구나 주인공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하고 주인공의 삶을 사는데는 의식성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두 가지 요건으로 정신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독서'와 육체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다.


살아가면서 형성된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남에 의해서는 바뀌기는 더욱 힘들다는 것을 안다. 우리들이 가까운 친구 친지 배우자로부터의 충고를 잘 듣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자신을 형성해오게 만든 변화는 심한 충격을 받았거나 어떤 영화, 책, 존경하는 사람 등을 통해 감동을 받아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자신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심한 충격'의 순간까지 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볼 때 그나마 다른 사람의 좋은 생각과 행동을 본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 역시 늦게나마 책을 접하면서부터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을 체험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책에는 온갖 정보와 지혜로 가득 차 있다. 

요즘과 같이 인터넷이 삶의 한 부분이 된 시대에는 노하우가 아니라 노훼어 라고 해서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지식 차원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을 수 있겠지만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깨달음에 그치고 지속되기 어렵다. 반면 책을 통한 깨달음은 작가의 인생을 통해 얻는 것이어서 다르다. 마치 영화 줄거리 만 보고 영화를 이해하는 것과 영화전체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이 다른 것과 같은 차원이다.


책을 통해서 얻은 지혜가 내 것이 되어 발현될 때, 나는 이것을 의식성장이라고 한다. 의식성장이야 말로 죽음에 이를때까지 평생 추구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의식 성장이 멈추면 그 시점의 의식수준으로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단편적인 지식 만으로 포장된 모습으로 살게 되는데 그것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이 성장은 우리들이 평생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쫓게되는 富의 크기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지식과 부 모두 가치 중립적이지만 무지와 부가 합쳐지면 '천박'이 된다고 했다. 이때 말하는 지식은 지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돈을 갖더라도 의식 성장이 되지 않으면 천박한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일게다. 부의 크기도 의식성장과 함께 할 때라야 다른 사람의 진정한 존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분이 나에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늘 책과 가까이 하시는데 왜 그럴까요?"


그의 부친은 80이 넘은 분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을 뿐 아니라 최고의 기업에서 은퇴를 하시고 늦게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신 분으로 지금도 매월 30권 정도의 책을 읽는 분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 분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부친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평생 자신의 어머니와 자식들을 힘들게 하면서 어렵게 했던 기억만 있을 뿐 배려나 헌신과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는 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늘 당신처럼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했기에 자신은 오히려 책을 멀리 하게된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예는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가방끈도 길 뿐 아니라 두뇌도 비상한 분이 수시로 책을 끼고 사는데도 의식성장은 커녕 오히려 아는 만큼 자신의 타고난 지적능력을 자신의 고집스런 생각을 합리화 하거나 방어하는데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생각이 신념을 넘어 확신으로 굳어버리게 되는 분들이다. 



왜 책을 읽는데 의식성장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막힌 사람이 되기도 하는 걸까?


이것은 마음을 열지 않고 책을 읽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지 않고 책을 읽으면 같은 내용을 읽어도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강화시키게 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흘려버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책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신념이나 고집을 강화시키는 책만 선호하게 되는 등 편식이 심한 독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종교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다.

같은 종교인이라도 어떤 분들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꽉 막힌채 자신의 생각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겠다는 인상을 주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종교와 관련되는 서적만 읽으면서 자신의 막혀있는 생각을 더욱 굳히고 자신의 논리를 보강하는 수단으로 책을 읽게 된다. 반면, 열린 마음으로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은 성경도 읽고 불경도 읽고 코란도 읽고 힌두의 리그베다도 읽으며 세상의 진리를 깨달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종교에 독실한 사람일수록 이런 사람을 '믿음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의식성장과 더불어 책을 읽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책과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읽는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 논리에 갇힌다. 그런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기 생각에 들어오도록 강요하게 되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편견된 지식만큼 이르지 못했다며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거나 무시하게 된다.


반면 열린 마음으로 의식성장과 더불어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더 사람을 배려하게 된다. 왜냐하면 책을 읽을수록 자신과 다른 삶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는 사람인가? 아니면 나의 생각을 공고화 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는 사람인지 돌아봐야 한다. 세월이 흘러 자신 밖에 모르는 고집스럽고 추한 늙은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벤자민 프랭크린의 얘기다.

"많이 읽어라 그러나 많은 책을 읽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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