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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n 17. 2017

질문이 중요한 시대에 산다

사람은 더 중요하다


질문을 잘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한참동안 나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는데 몇 가지 예를 접하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라는 명대사가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납치되어 15년 간 감금된채 군만두 만으로 버티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해서 만나게 된 자신을  가두었던 유지태(이우진)가 최민수(오대수)에게 던진 말이다.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왜 이우진은 꼭 15년 만에 오대수를 풀어 주었을까?" 란 질문이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올드보이란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 스토리도 가물가물해서 크게 공감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 사례를 듣고는 '아하'라며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다 아는 사례다.


한 사람이 먼저 신부님께 가서 물었습니다.  “신부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그러자 신부는 정색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안됩니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담배라뇨?”

다른 사람이 질문이 틀렸다며 다시 질문하러 갔습니다.  “신부님, 담배를 피던 중에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그러자 신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형제님, 기도는 때와 장소가 없습니다.

신께서는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계시니까요.“


어찌보면, 우스개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대화지만 어떻게 질문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요즘 등장하는 강의 주제 앞에는 대부분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를 표방하고 있는데,  4차산업혁명시대를 견인하는 인공지능(AI)조차도 인간을 따라할 수 없는 것 또한 '질문하는 능력'이라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은 인간 만이 가질 수 능력이고 이 질문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능력을 침범해 오는 AI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질문을 받는 순간 질문 내용 이외의 다른 전제를 제한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란 질문은 질문을 받는 순간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답을 생각하게 되지만, "당신은 왜 점점 더 행복해질 수 밖에 없을까요?"란 질문으로 바꾸면 지금도 행복하지만 앞으로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질문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학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평가해 보기로 했다.


대학에서 3학점 짜리 수업을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3시간 연속되는 수업시간 동안 어떻게 학생들을 집중시킬지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토론과 발표와 같은 참여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려고 시도해 보지만 학생 숫자와 수업내용,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번 과제를 내거나 수업 끝에 퀴즈를 내어 주마다 평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공과목도 아닌 교양과목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큰 부담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업 후 질문을 받는 일이었다. 질문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업을 잘 들어야 하고, 좋은 질문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학생 능력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주 종이 설문을 하고 거두어 정리하고 피드백하려면 그것도 엄청나게 힘이 들고 번거러운 일이지만 구글 설문을 이용하면 간단히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 정리하면서 학생들의 단톡방에 구글 설문을 올려두면 그날 수업 중 떠오른 질문내용을 자유롭게 올리고 수업을 마무리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는 동안 몇 가지 좋은 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예상대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수업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질문이 없는 경우 없음이라고 하게 해서 출석여부도 자연스럽게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업시간에 질문하라고 하면 자신의 질문수준을 의식해서 질문을 잘 안하던 학생들도 쉽게 질문할 수 있게 되었고,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시간 또한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학생들이 적어준 질문내용을 보면서, 내가 학생들의 눈높이를 못 맞춘 부분을 깨닫게 되는가하면 어떤 경우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내가 개념을 몰라 두리뭉술하게 설명한 부분을 꼭 찝어 질문하는 경우도 있어 당황해 하면서도 학생과의 소통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질문내용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수업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질문 내용 중 좋은 내용의 질문을 한 학생들에게는 나중에 가점을 준다고 해두었다.


'에너지버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책을 79권이나 발간한 한양대 유영만 교수와 같은 분들은 아예 시험문제도 학생 스스로 내게 하고, 답안 작성과 채점도 스스로 하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언뜻 이해가지 않는 측면은 있지만 요지는 질문이다. 질문의 수준을 보면 그 학생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한 학기 종강을 하고,  한 학기 동안의 수업내용에 대한 무기명 피드백을 받으면서 나의 질문 평가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수업은 전 학년, 모든 학과 학생 대상의 교양수업이라 내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예비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몇 몇 학생들은 강의내용을 쉽게 이해하였지만 몇 몇 학생은 내가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했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런 학생이 자신은 정말 몰라서 한 질문에 대한 나의 피드백에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정말 몰라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질문 피드백을 하면서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한 학생도 있다면서 무시하는 듯한 피드백을 했을 뿐 아니라, 피드백 할 때마다 늘 질문내용을 보면 그 학생의 수업집중도를 알 수 있다고 해왔으니 그 학생 입장에서는 그 동안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질문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려고 했던 시도자체는 훌륭한 것이긴 했지만, 다른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듯 아무리 옳다고 여기면서 대세라고 생각되는 것이더라도 그것이 적용되는 단계에서는 상황이나 사람의 처한 현실에 따라 이와같은 문제도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소통이 어렵고, 공감하는 소통은 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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