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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n 09. 2017

강북사고, 강남사고

어디서 사느냐가 정치적 선택하는 것과도 연관될까?



난, 요즘 송파구에서 근무하고 송파구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처리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강동구도 눈에 들어 오고 하남, 성남이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전 같았으면 굉장히 먼 곳으로 느껴져 특별히 나들이를 계획하지 않고서는 오지 않던 지역이다.


오늘 직장에서 알던 후배 한 사람이 송파구에 있는 나의 회사를 방문했다. 그 후배는 이 쪽에도 좋은 음식점과 다양한 볼거리 많이 있네요... 라고 하면서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어린아이처럼 이리 저리 두리번거렸다. 그 후배는 광명시에 살면서 주로 서울 서쪽에서 근무를 해왔었다.


후배의 행동을 접하면서 사람의 사고가 얼마나  제한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는 30여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신혼은 서울 서쪽 지방인 부천의 역곡이란 곳에서 했다. 그리고 조금 사정이 나아지면서 서울로 진입했던 곳이 개봉동이었고, 어머님이 갑자기 스러지면서 급히 옮긴 곳이 서초동이었다. 


서울.경기지역 생활서비스 지수 분포도


서초동 오기 전만 하더라도 직장이 용산이었기에 나의 주 무대는 서울 서부지역과 부천, 인천지역이었다. 그래서 강남으로 어떤 일을 하러 간다고 하면 굉장히 멀게 느껴지곤 했었는데, 서초동으로 옮긴 후에는 강남까지는 생활 반경 속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잠실 송파나 강동구 쪽의 볼일이 생기면 멀게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강북으로 집을 옮긴 후에는 그 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미아, 노원 등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고, 잠실에 직장을 잡고 나서부터는  송파구에서  대부분의 하루를 지내다 보니 약속 장소도 이쪽 주변을 잡게 되고 대부분의 행정처리도 이 주변에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여를 지내는 동안 이 곳이 사람 살기에 참 괜찮게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다 동쪽인 강동 지역도 가까이 들어오게 되었고, 보다 남쪽인 하남이나 남한산성까지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또한 이 곳에서 동남쪽으로 빠지는 교통이 참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송파구 석촌호수전경


나의 이런 고백이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 자기 주변 중심으로 생각하고 익숙해져 있는 곳 주변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여기면서 지내게 된다. 


가끔 모임장소를 정하면서 황당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 강북 권에 거주한 적이 없었거나 직장생활도 강남에서 해오던 사람에게는 강북에서 어떤 모임을 한다고 알리면 굉장히 먼 곳에서 행사를 한다며 꺼림칙해 하는 반응을 보면서 속으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찌보면 거주 지역에 관한 한 그 분들은 강남권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그래 왔던 것이다.


나 경우 서울 거의 모든 지역에 거주 또는 직장생활을 해 온 현재에는 어디를 간다해도 크게 부담을 갖지 않고 비슷하게 느끼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고 특정지역에서 거주해온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렇게 느끼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주지 만을 통해 느낀 얘기지만 이것을 보면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얼마나 자기 논리에 빠지기 쉽고 자기 입장 위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연장하면 이게 내 편 네 편 논리로 연결된다. 내가 사는 동네가 더 좋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온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가고 내가 산 동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정당이 좋은 것이다. 그 정당이 어떤 가치와 신념을 표방하고 있는지는 그 다음 얘기일 뿐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다소 못한 자식을 보는 마음으로 더 껴안으려 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 같다.


과거 대선지지 편향도



아무튼, 거주지 만으로 보더라도 머리 속에서 생각 만 하는 것과 경험을 해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머리 속으로 이해했다고 함부로 상대 입장을 이해했다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좀 더 상대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강남에 사는 친우들에게 드릴 말씀은 강북도 생각보다 교통이 잘 되어 있어 먼 거리도 아닐 뿐 아니라 살기도 좋고 싸고 좋은 먹거리도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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