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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l 08. 2017

사람등급 매기기

어렵지만, 소통한 만큼 수용한다


사람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지금 내가 강사로 있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가 성적 이의신청기간이었다.

요즘은 회사에서도 인사고과에 대해서 재평가 요청하는 기간을 둔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점수가 불합리 하다고 판단되면 인사부서에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자신의 상사와 평가면담을 거쳐 최종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결국은 상대평가를 해야하므로 피평가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학생들의 메일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한 사람도 이의를 신청한 학생이 없었다.


상대적인 평가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평가대상이 극소수가 아니면 강제적으로 배분을 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A 30%, B 40%, C이하 30%로 배분해야 한다. 평가 대상 학생이 50명이라면 A는 15명, B는 20명, C이하는 15명이 된다.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이의신청 기간을 대비해서 A나 B 평가를 1,2명 적게 해 두었다가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한다고 한다.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의 평가가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위로 올려 주면서 다른 한 학생은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런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정해진 등급 인원을 다 채워서 통보했다. 한 명이라도 더 좋은 평가를 줘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지금까지는 다행하게도 이의신청으로 인한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런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도 한 번의 평가로 마지막에 결과를 통보하기 보다는 평소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 동안 학교 공식 사이트 뿐 아니라 학생들 단톡방을 이용해서 매주 출석점수를 통보했다. 무단 결석 -2점, 사전에 공감한 결석인 경우(동아리활동, 결석계 내지 않은 결석 등) -1점, 지각은 -0.2점, 출석후 이석은 시간당 -0.3점, 수업휴식후 정시에 착석하지 않은 학생 -0.1점으로 해서 매주 수업을 마치자 마자 집계해서 확인하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 후 질문 점수와 토론점수를 정리해서 마찬가지로 매주 통보해서 확인하도록 했다. 또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 뒤에는 시험후 바로 모범답안을 단톡방에 올려 두고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도록 했으며 하루 이틀 뒤에는 문항별 채점 점수를 알려주고 이의 신청을 받았다.


이렇게 한 뒤, 기말에는 출석+퀴즈+과제+프리젠테이션+중간고사+기말고사의 점수를 합산하고 반평균점수와 함께 자신이 취득한 점수를 알려줬다. 그리고 학생이 생각하기에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학기 초 3~4주 뒤부터는 학생들 이름을 외워서 출석을 확인했다. 그래서 개개인 별로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노력했다. 과제가 오지 않거나 무단 결석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문자를 보내서 독려했다.



이렇게 학기 내내 적극적인 소통을 해서인지 지금까지 이의신청으로 인해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학점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떤 학생의 경우는 수업보다는 학점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듣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학점에 집착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원칙을 어기거나 세심한 처리를 하지 않다가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받은 점수를 가지고 A, B, C를 매길 때는 늘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A와 B, B와 C의 경계에 있는 학생들 때문이다. 0.1~-0.2점 차이로 많은 학생들의 운명이 갈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고민이 될 때는 열심히 한 학생이나 재수강 한 학생의 성적이 낮게 나왔을 때다. 0.1~-0.2점 차인 경우에는 교수평가10점를 어떻게 부여해 주거나 주관식 평가 점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등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럴 때는 학생이름과 얼굴을 미리 아는게 불편할 때도 있다. 냉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점수 집계 과정과 산정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냉정하게 원래 받은 점수대로 처리를 해야 한다. 약간의 점수 조정은 다른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지만 낮은 평가가 나온 학생과 같은 미안한 학생의 경우에는 문자로 미리 평가결과를 알려주고 양해를 구했다.


새롭게 임명된 부총리는 앞으로 절대 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절대평가에도 장단점이 있고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백인백색의 사람을 단편적인 암기력에 주로 의존하는 평가방식으로 등급화 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만큼 그 평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힘들지만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래서 더욱 더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모두 문제가 있을 것이지만 소통한 만큼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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