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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l 08. 2017

유익한 똥꼬수술

휴식도 하고, 지혜도 얻고


나는 최근 잦은 혈변이 원인이 되어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회복 중인데, 수술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하고 금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놀라고 있다. 무통증 주사란 것이 있어 통증도 거의 느끼지 않은채 퇴원을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십 년 전에 같은 수술을 했던 친구의 엄포와는 딴 판이다. 그 만큼 의료기술이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의 몸도 50년 이상 사용하면 몸의 여러 부분에서 자꾸 고장이 난다. 지금 젊은 분들은 전혀 이해 못할 몸의 이상이 하나씩 발생하는 것이다. 당뇨나 혈압과 같은 성인병은 물론이고, 소변과 대변과 같은 배변기능, 소화기능, 어깨, 허리, 보고 듣고 씹는 기능까지 약해지면서 병원신세를 자주 지게 된다.


과거 나는 운동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어 오른 쪽 다리를 수술을 하고 15년 쯤 뒤에 왼쪽 마저 같은 수술을 하게 되었다. 한 쪽이 불편하면 나머지 한 쪽을 많이 쓰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 했다. 같은 수술이었지만 첫 번째 수술에서는 전신 마취 상태에서 6시간 동안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회복기간도 깁스를 한 채로 3주 이상이나 걸렸다. 반면에 나중에 한 왼쪽 다리 수술은 한 시간 정도에 하반신 마취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했을 뿐 아니라 회복도 일주일 정도면 족했다. 고통의 강도와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큰 병이나 수술을 겪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반쯤 의사가 되기 마련이다. 얼치기 의사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같은 종류의 문제를 호소하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게 된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듯, 같은 문제로 수술을 했더라도 10년 정도의 기간이 흘렀다면 의술의 차이로 그가 겪은 고통,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이 겪은 경험 만이 자신의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우스개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그게 무슨 개인지 아느냐?"

답은 "선입犬과 편犬 "이다. 이어서 두 번째 질문이 던져진다.

"그런데, 이 두 마리 개를 일거에 쫓아버리는 좋은 개가 있다. 그 개 이름은 뭔지 아는가?"

답은 "백문이불여일犬 "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 이야기를 우스개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철학자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을 쉽게 설명한 예가 된다. 베이컨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만이 참된 지식에 이를 수 있다며 참된 앎을 방해는 하는 요소가 되는 인간의 편견을 갖게 만드는 4가지 우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 4가지 우상은 종족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 동굴의 우상인데 이런 우상으로 인해 선입견과 편견이 생기게 되고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 직접 관찰과 실험을 통한 경험을 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말한 4가지 우상 중에 동굴의 우상은 우리들의 이전 경험(성장과정, 성격, 생활환경 등)으로 인해 생기는 편견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진 경험 때문에 그 경험의 동굴 속에 갇혀 사물을 잘못 판단하게 되는 현상이란 것이다. 이처럼 이전 경험에 의해서 편견이 생긴다면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동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베이컨의 말은 모순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래서 한번 경험한 내용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이전 경험을 꾸준히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의 자기 경험 만을 통한 고집스런 편견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동굴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두고 하게되는 같은 수술과정을 통해 겪게 되는 경험내용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게된다. 이 처럼 우리들의 이전 경험은 현재 경험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자신의 이전 경험의 틀 안에 갇힐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되, 자신의 이전 경험 만으로 함부로 주장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자신의 경험도 늘 새로운 경험으로 변경해 나갈 때 자신의 경험은 더 빛나는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2박3일의 '똥꼬' 수술을 통해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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