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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l 13. 2017

보신탕 사유

남자라면...


내가 직장 초년시절 만 하더라도 보신탕을 좋아하는 상사를 만나면, 복날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종종 보신탕집에 가곤 했다. 그리고는 보신탕이 나오는 동안 고스톱도 치고 술도 한잔하면서 동료간 친목 시간을 보냈다. 보신탕을 잘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삼계탕을 시켜주기도 하지만 왠지 왕따 되는 기분이 싫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함께 하곤 했다.


어제는 복날이었다. 어제도 아마 많은 견공들이 희생되었을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도 1000만 애견시대를 맞아 개고기에 대한 음식문화가 많이 바뀌는 분위기다. 나의 직장 초년기에 그랬듯이 그 때만 하더라도 보신탕에 대한 시선이 지금처럼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것 역시 우리 삶에 애완견 문화가 깊이 침투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대해서 선진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한 일부 서양인들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아지를 포함한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자연수명을 다하기 전에 도살하는 것은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떤 동물의 식용은 되고 어떤 동물은 안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강아지는 안되고 원숭이나 소, 돼지는 음식물이 될 수 있다는 서양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보신탕에 대한 음식문화는 그렇다 치고, 과거에는 "남자가 보신탕도 못하냐?"는 얘기도 듣곤 했다. 남자들은 어지간한 혐오식품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으로 시작하는 것이 음식 뿐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은연 중에 남자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남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남자라면 힘이 있어야 한다. 등등... 남자로 태어나는 순간 이 사회는 남자의 역할로 규정된 것을 정해두고 그 규정에 못 미치는 남자들은 열등감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여자들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자는 집안 일을 잘해야 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등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대체로 남자 역할로 부여된 부분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는 편이다. 보신탕과 같은 건강혐오식품도 잘 못하지만, 집에 못박는 일이나 전구 가는 일 등 육체노동이 수반되는 일은 대부분 잘 못한다. 술도 체질에 맞지 않는지 조금 만 마시면 탈이 난다. 그렇지만 남자로서 그렇게 해야한다는 압박감으로 억지로라도 그 역할을 하려고 해왔던 것 같다.


성역할이란 것은 고정관념의 결과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남성이 해야할 일과 여성이 해야할 일이 구분되어 있는 걸까?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양쪽 의견이 다 있는 것 같다. 인류가 생존해 오면서 남성은 생존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형성되어온 성역할 부분이 있고, 여성은 집 안에서 자녀를 돌보며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생겨난 성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노는 방법이 다르고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남자행동과 여자행동에 따른 교육과 칭찬으로 고정시켜온 부분도 크다는 것이다.



우리 가정으로 적용해 보면, 나는 여성으로 아내는 남성으로 태어났더라면 그 역할을 더 잘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성 역할에 따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충 적응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다행히도(?) 젊은 세대들은 이런 부분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성평등 분위기 생기면서 성구분 없이 자신의 강점 위주로 역할을 수행하며 사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가는 것 같다.


그런데, 포유류의 97%는 수컷의 역할과 암컷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인류가 양성 평등으로 가면서 역할 구분이 흐려지는 것은 조물주의 의도를 역행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복날 얘기로 돌아가면,


과거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복날이란 것을 정해서라도 몸보신을 하기 위해 장어, 삼계탕, 보신탕 등의 고열량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먹는 것이 너무 풍족한 시대에 살면서 그 의미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당시 몸의 건강을 위해서 지금 시각으로 보면 열량이 높은 부담되는 음식을 먹었으니 현대는 몸의 건강을 위해 몸에 좋다고 하는 야채나 유기농 식품과 같은 음식으로 간단하게 먹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이 생각은 수많은 동물애호가 뿐 아니라 수 많은 개님들과 닭님들에게는 환영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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