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과 신뢰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은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by 이원희

요즘은 일년 내내 선거를 한다는 느낌이다.

대로변에 조금이라도 빈 곳이 보이면 여지없이 각 정당들의 치적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국민들과 좀 더 자주 소통하겠다는 생각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당은 요즘 역사국정교과서를 해야한다는 홍보로 야당은 그 반대 취지로 그리고 최근의 카드수수료 인하 건을 비롯해 자당이 잘한 내용에 대해서도 홍보한 내용을 거리마다 가득 채우고 있다.


SNS도 좋고, 인터넷도 훌륭한 홍보수단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홍보효과 만큼은 안될 것이고 특히 노년층에게 어필하기에는 이 보다는 나은 홍보수단도 찾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 효과를 따져 보기 이전에 다른 한 쪽이 시작한 순간 다른 쪽이 같이 하지 않으면 해당 부분에 대한 자기 당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당의 현수막을 보면서 흐뭇해 하겠지만 그것을 본다고 해서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현수막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대부분 이런 이런 일을 잘하고 있다. 라는 내용이다. 모두들 자당의 잘하고 있는 점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만약 자당의 못하고 있는 점을 홍보하는 곳이 있다면 차별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잘하고 있는 부분만 홍보해도 시간과 예산이 부족할텐데 비용을 들여 못하고 있는 점을 홍보한다는게 말이 되는 얘기냐 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못하는 점을 포함해서 장점을 얘기할때 더 신뢰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 뻔한 얘기로 치부해 버릴 뿐 아니라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는 것이다. 실제 당 내에서는 못하고 있는 점 뿐 아니라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서 시작도 못하고 있는 일이 여럿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먼저 내세우면서 이번에 해결한 것은 이러이러 하다라고 얘기하면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앞의 얘기는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말이지만, 사실은 보다 큰 뜻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소중한 것 먼저하기"라는 주제가 나온다. 우리는 일상에서 중요하고 급한 일 위주로 처리하고, 중요하지만 지금 급하지 않은 일들은 자꾸 미루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오늘 당장 안해도 오늘 사는데 문제없는 일들이다. 건강이나 가족 그리고 자기계발 등과 같은 일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을 소홀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때는 중요하고 급한 일도 바뀌게 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평소 급하지는 않아 제쳐 두었던 것들을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회의 할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급하고 중요한 일 위주로 회의를 한다. 또 그렇게 해야 맞다. 우선순위를 따져서 꼭 정리해야 할 안건들을 먼저 올려 놓고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정작 미래를 위해 미리 해야할 일들을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직장에 있을때 회의자료에 '미처리 업무현황'을 넣도록 했다. 지금은 바빠서 혹은 여건이 만만찮아 못하고 있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 중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을 매주 점검하면서 챙기도록 했다. 그래야 미래도 보면서 현재를 헤쳐 나갈 수 있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려면 늘 하던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게 가장 좋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챙겨야 한다.


다시 정당으로 돌아오자. 각 정당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급하지 않아 미뤄놓은 일, 선거때 마다 국민들이것과 이것을 꼭 하겠다고 약속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현수막에 걸어 두고 지금은 못하고 있는 일이지만 반드시 챙겨 나가겠다고 얘기하면 국민들이 더 신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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