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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an 08. 2018

인도기행8, 분홍빛깔 자이푸르

암베르성, 핑크시티, 하와마할, 자하르기르성 기행

아그라 호텔에서 출발하여 5시간 30분 동안 자이푸르를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앞으로 3시간 뒤에 휴게실이 나오니 반드시 호텔 화장실에 다녀 오라고 했다. 아그라 도심을 벗어나는 동안은 여전히 교통이 힘들었지만 아그라 도심을 벗어 난 뒤에는 이전보다는 나은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느낌이 드는 그런 고속도로였다. 


화장실을 해결해준 공원


피로가 쌓여서인지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한 시간쯤 흐르고 난 뒤 일행 중에 한 분이 소변이 급하다고 했다. 날씨가 차갑다보니 생각보다 더 빨리 소변이 급해진 것 같았다. 난감해하던 가이드가 도로변 주유소 건물에 차를 세웠다. 일행들 대부분 우르르 몰려 화장실을 가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화장실의 청결상태 때문에 도저히 용변보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20분 쯤 뒤 어떤 공원에 세워서야 소변을 볼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유료화장실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이 화장실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피곤해서인지 5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긴 여행 끝에 자이푸르란 도시를 만나게 되었다. 이 도시에서 처음 우리 시선을 빼앗을 것은 코끼리였다. 인도에 코끼리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도로변에서 코끼리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퇴근중인 코끼리들이라 했다.


도로변의 화장한 코끼리


점심시간인데 퇴근을 하다니? 이들은 '암베르 성'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데 정부정책으로 오전만 하고 점심때면 퇴근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코끼리에서 떨어져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나고서는 관광객이 너무 붐비는 시간부터는 영업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로서 인도 상공업의 중심도시라 한다. 델리, 아그라와 함께 인도북부 관광의 핵심도시로서 유서깊은 도시이기도 하다. 자이푸르의 중심에는 '핑크시티'라는 별칭을 가진 올드 시티가 있는데 이 도시는  영국왕자가 이곳을 방문할때 영국왕자를 환영하는 의미로 도시 전체를 핑크로 단장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타고 오른 짚차


이곳에서 먼저 식사를 위해 호텔을 방문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을 나오니 허름한 짚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짚차를 타고 암베르 성을 향해 올라갔다. 짚차를 타고 오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승차감은 좋지 않았지만 4명이 한 차에 올라 관광지의 번잡한 도로를 덜컹거리며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모두 내리라고 했다. 너무 막혀서 걷는 편이 빠르다며 걸어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걷는 동안 코끼리의 배설물이 군데 군데 떨어져있는 곳을 피해서 올라가기도 했지만 주위 상인들의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왔다.


모아둔 코끼리 *


암베르성은 자이푸르 왕가의 수도이자 왕족이 살던 곳으로 1592년 라자 만 싱 1세가 토대를 구축하여 후손인 자이상 1세가 완공한 궁전이라 한다. 흰대리석과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다른 무굴시대 건축물과는 달리 우아한 느낌이 드는 건축물이라 한다.


암베르에서 바라본 전경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몇 개의 문을 거치는 동안 궁전에서 바라보이는 자이푸르 전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 속에는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보이는 것이 산을 두르고 있었는데 인도의 만리장성이라고 했다.


일행이 함께 모여 처음 설명을 들은 곳은 디와니암으로 황제가 일반백성을 알현하는 곳이었다. 가이드는 한 곳에서 설명을 마친뒤, 붉은 색 기둥으로 되어있는 다와니암 공간과 더불어 내려다보이는 연못과 인도 만리장성 등을 배경을 사진을 찍는 시간을 주고 메인 궁전으로 들어가는 '가네시게이트' 앞으로 모이라고 했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일행들이 일찍 모였다. 이제 비슷비슷한 건물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디와니 암


그런데 가네시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니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궁전모습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디와니카스 공간으로 귀족과 지도자의 알현장소와 연결된 '거울궁전'이었다. 지금까지 궁전의 화려함과는 차원이 다른 번쩍이는 궁전이었다. 이름 그대로 마치 궁전 사방벽이 빛나는 보석으로 거울처럼 꾸며진 궁전이었다. 가이드의 도움으로 거울 궁전에서 부부 혹은 커플사진을 많이 남기고 본격적으로 내부 궁전관람을 시작했다. 왕비의 거처, 포도정원,  밥을 만드는 거대한 솥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거울궁전


내려 올 때는 올라오는 도중에 내려야 했던 짚차를 다시 타고 수월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다시 새로운 관광지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인도인들의 인파에 차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이 인도인들에게는 연말연휴로 보통 크리스마스때부터 1월 초까지 휴가를 갖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인도 정부차원의 공휴일은 헌법제정일, 간디탄생일, 독립기념일 3일 밖에 없는데 지방 주별로 많은 공휴일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듯 했다. 이 3일 외에도 각 부처를 비롯한 각 종교 지도자의 탄생일 등 14일 정도가 더 있다. 


다시 이동한 곳은 바람의 궁전이라는 '하와마할'이었다. 하와마할은 인도왕 사와이 프라탑 싱이 1799년 건립한 것으로 당시 바깥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궁중 여인들이 창을 통해 바깥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건물이라고 한다.

하와마할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문이 벌집처럼 만들어져 있어 바람의 궁전이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953개의 작고 둥근포대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주변 도로에는 사람이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붐볐지만, 도로 옆에 우뚝 선 건축물이 관광객의 눈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모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상인들이 간절한 호객과 구걸하는 애처러운 모습의 어린 아이들을 뒤로 하고 간 곳은 잔타르 만타르라는 천문대였다.


하와마할 앞 도로


이렇게 귀한 여행 기간에 인도에 와서 굳이 천문대를 가야할까 하는 생각을 접게 만드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잔타르만타르라는 인도 천문대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마하자라 사와이 자이싱2세가 1728년 건립한 5군데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었는데 우리의 여행지에 포함되어 있는 델리나 바라나시에도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해시계 모습


17개의 관측기구를 가지고 있는 천문대를 들어서니 높이 30미터의 엄청난 규모의 해시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쪽 반구로 되어 있는 해시계에는 실제 시간 눈금이 새겨져 있었는데 해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부분이 정확하게 현재 시간을 알려주고 있어 놀라왔다. 현재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되는 시간과의 차이가 2초 밖에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림자로 시간을 가르키고 있음


그리고 실제 시계모양의 원으로 되어 있는 해시계를 관람하고 움푹 파여진 곳 위에 철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별자리를 알려주는 도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천문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갈자리와 같은 별자리별로 설치되어 진 곳을 관람하였다.


별자리 관측 기구


이러한 관측기구를 통해 백성들에게 북이나 대포를 통해서 시간을 알려주었을 뿐 아니라 날씨 그리고 점성술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까지 수행하였다고 한다.


천문대 방문을 끝내고 버스에 돌아오니 앳띤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올라오더니 우리들에게 헤나체험을 하게 해줬다. 일주일 정도면 지워진다고 했는데, 대부분 여성일행들은 손등에 예쁜 모양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인도에는 새색시에게 친정의 여자가족들이 전부 매달려 온 팔다리에 헤나문신을 해주는데, 딸을 맞이하는 시어머니에게 문신이 지워질 때까지만이라도 너무 호되게 일을 시키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헤나체험


다시 핑크시티 도심 속을 통과하여 나하르기르 성으로 향했다. 핑크시티는 인도의 전형적인 도심인데 대부분의 건물을 핑크빛 색으로 물들이긴 했으나 도심이 워낙 무질서하고 오래된 건물로 색깔이 바래 기대했던 분홍빛의 아름다움을 느끼긴 힘들었다.


잘마할


나하르기르성으로 가기 위해 버스가 도착한 곳은 '잘마할'이라 해서 물 위에 떠 있는 물의 궁전 앞이었다. 잘마할은 자이 싱 2세가 연회와 접대를 위해 호수 위에 지은 궁전인데 지금은 접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석양의 빛과 더불어 멀리 물 위에 떠있는 궁전의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카메라에 담고 바로 짚차에 올라 20여분 나하르기르 성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인도공작


낡아서 금방이라도 해체되어버릴 것 같은 짚차 위에서 거의 곡예수준의 운전솜씨에 감탄하며 주위를 구경하며 올랐다. 산길에 난 도로 주위에는 공작들이 떼를 지어 여유있게 놀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이 나라의 국조가 공작이고 또 관광지의 상인들이 공작을 조각해서 파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하르기르성에서 바라본 자이푸르


20분 간 덜컹거리며 오른 곳은 자이푸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나하르기르 성이란 곳이었는데 1734년 도시방어용으로 구축하였다고 한다. 나하르기르는 '진흙으로 빚은 호랑이'란 의미로 해발 45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나하르기르성에서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 음식점이 있었는데 우리들은 그 곳으로 이동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가이드도 작품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한 커플씩 정성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결과는 별로였음) 사진 촬영이 끝난뒤 음식점 탁자가 놓인 곳에 앉아 있으니 땅콩 안주와 인도맥주가 한 캔이 놓여졌다. 이곳에서는 음주문화가 없어 가이드가 미리 준비한 맥주였다. 맥주를 앞에 두고 이번에 함게 여행하게된 일행들과 기분좋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행들


소문대로 더럽고 지저분하고 별로였다는 분도 있었고, 인도의 저력을 보게 되었다는 사람, 종교의 본원지를 찾으러 왔다는 분,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는 분 등 등 다양한 얘기들을 하는 동안 공통적으로 한 얘기는 여행 중에 이렇게 마음 맞는 분들과 여행하기는 처음이라는 부분과 한국을 좋아한다는 가이드의 진심어린 서비스 부분이었다. 


자하르기르성에서 바라본 석양


그래서 가이드에게 큰 박수로 칭찬해 주고 다시 짚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8시가 넘은 시각에 호텔식사를 했는데 호텔은 지금까지 가장 좋은 호텔(계속 호텔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음)이라는 느낌이 준비된 식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날 여행을 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 즐겁고 감동적인 여행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음 날 마지막 여행일이 된다. 다른 나라는 여행 끝이 되면 지쳐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인도는 그렇지 않다. 음식도 다르고 여행지도 먼지투성이라 나처럼 비염이 심한 사람에게는 만만찮은 여정인데도  자꾸 정이 든다. 그 이유가 뭘까? 


자하르기르성에서 바라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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