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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May 27. 2019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 행복할까?

아무 생각없이 이기적으로 사는 삶은 어떨까?

요즘 진보, 보수로 나눠져 서로를 보는 시각은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고 본다.


종교적 신념이 확고한 사람은 상대방의 어떤 생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만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런 종교적인 신념은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죽이면서도 가책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들이 상대를 적대시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종교적인 신념 한 가운데에는 자신의 권력과 부를 향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종교를 따르는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그들에 의해 조종되는지도 모르는채 오직 자신만의 거룩한(?) 종교적인 신념만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고 제거하면서도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며 행복해 한다. 그래서 종교적 신념은 무섭다.


자신이 가진 종교가 아닌 상대방의 비합리적인 종교행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자신의 종교행위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비판적인 시각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종교와 그 종교행위는 진리로 생각하고 그 진리를 바탕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를 주제로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모든 이는 자신이 믿는 종교 이외의 종교를 믿는 사람을 불쌍하게 여길 뿐 아니라 비합리적으로 생각한다.


종교를 갖게 되면, 자신의 종교 행위를 위해 금전적인 지출은 물론 시간적으로도 만만치 않는 헌신이 필요하게 된다.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투자가 투자할 만하기 때문에 한다.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내세에 대한 보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현세에서도 종교 공동체 속에서 즐겁고 슬픈 일을 서로 함께 할 수 있고 또 그 속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중 하나인 '소속과 애정'에 관한 욕구를 충족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종교가 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내세를 위한 보험금(?) 뿐 아니라 종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적 네트워크가 목적이라면 그 시간과 돈이면 훨씬 더 체계적이고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답답한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다른 종교를 믿는 상대방은 더 황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정말 아무 의미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갖다 바치는 행위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미지 활용


그래서 종교적인 토론은 끝이 없고 자기 주장만 하는 토론으로 끝이나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 관점에서 보더라도  무교, A종교인, B종교인 등 누가 더 행복하다고 보기 힘들다.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행복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토론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누가 더 가치있는 삶을 사는지도 저울질 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치적인 신념도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 보수를 표방하는 이들의  가치관이 진짜 보수냐? 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논의는 일단 접어두고 이런 양쪽 가치관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종교적인 신념이상으로 굳건할 뿐 아니라 종교적인 신념과 흡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인 신념은 토론 대상이 될 수 없다. 종교적인 신념이상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진보와 보수시각이라기 보다는 어떤 정치인 자연인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짐으로써 종교상의 교주 이상으로 받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된 논리적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중요한 이유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특정 종교인이 자신만의 종교교리로 무장하듯이....


정치성향은 선천적인 부분이 강할까? 후천적인 부분이 강할까? 나는 기본적으로 선천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후천적인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지역별로 나타나는 정치적인 성향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특정 지역의 진보나 보수성향이 조금 더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그 범위를 넘어선다. 호남에 있는 사람이 진보적인 정치색을 띤 집단을 더 많이 지지하고, 영남에 있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정치색을 띤 집단을 더 많이 지지하게 된 것은 후천적인 영향이 미친 결과로 봐야 한다. 여기에는 양쪽을 편 가름으로써 정치적인 도움을 취하려는 정치인들의 숨은 전략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런 분들의 전략에 조종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지역에 의해 성향이 결정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불쌍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다. 자신들의 현재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자신이 결정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미지 활용


최근, 노무현 전대통령의 10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다. 노대통령이나 노회찬 같은 분은 훨씬 쉽고 편한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그들의 가치기준에 의해 보통 사람은 가지 않는 길을 가다가 빨리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이 분들의 이런 삶은 행복했을까? 나는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의 삶은 사는 사람들도 있다. 연예인이나 어느 사업가의 유서로 남긴 메모를 조롱하며 온갖 비난과 욕을 먹으면서도 당당하게 살고, 뻔한 거짓말이나 비리를 권력이나 돈의 힘으로 막으며 유유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할까? 나는 이들도 자신의 기준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앞서 죽음을 맞은 노무현대통령이나 노회찬의원 같은 사람을 바보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있다. 적당히 자선을 베풀고 적당히 불의에 맞서는척 하다가 현실적인 권력 앞에 바람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행복은 어떨까?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간디의 삶을 살든, 이완용씨와 같은 삶을 살든 그냥 필부의 삶을 삶든 행복의 기준에서는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나중에 간디의 삶을 사는 사람은 다른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겠지만 그것이 당시 간디의 행복수준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완용의 삶을 산 사람은 나중에 후세에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역시 당시 그의 삶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마지막에 예를 든 필부의 삶은 후세에서 평가할 일도 없다. 그냥 현재 행복하게 살면된다.


어떤 종교를 믿든지, 혹은 종교를 전혀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삶이 행복하면 된다. 누구라도 어떤 사람의 종교적인 삶에 대해서 손가락질 할 수 없듯이(일부 종교는 상대 종교에 대해 무시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들이 갖는 정치적인 신념에 대해서도 서로 손가락질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들의 정치적인 신념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상대의 종교가 틀렸다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정치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을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정치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지는 더욱 않기로 했다. 더군다나 그들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은 떨쳐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어떠한 정치적인 신념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현재 삶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 다만 정치적인 신념으로 인해 '사람'이란 가치는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소수자(주로 보수측에서 비난하는 세월호 가족, 518 가족, 각종 성소수자, 장애자 등)가 되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되, 내가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그 상황에서 그냥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로 했다.


이런 글을 쓰는 내 마음은  편치 않다....


인터넷 이미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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